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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새마을 식당

새마을 식당

모처럼 고기를 먹으러 새마을 식당에 갔다. 새마을 식당의 새마을은 예전의 새마을 운동에서 빌려 왔지만 예전 모드의 식당은 아니었다. 말로는 연탄불에 돼지고기를 구워서 먹는다지만 실제 연탄불도 아니고 옛날 감칠맛도 그렇게 심하게 나지는 않았다. 그래도 불고기를 먹어본지 너무 오래되어 홀로지만 무턱대고 들어가니 1명이라도 2인분은 기본이라 했다. 그까짓 고기 2인분쯤이야, 하고 자리를 잡고 앉아 남자 종업원이 구워주는 고기를 야금야금 다 먹어치웠다. 이슬은 반병만,

새마을 운동은 너에게도 추억으로 남아 있는 70년대 국가가 주도한 잘살기 운동이었다. 영어로는 New Village Movement. 요즘처럼 약자를 좋아한다면 아마 NVM이라고도 했을 것 같은데 그 당시 약자는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새마을정신은 근면, 자조, 협동이었다. 마을이 잘 살려면 마을 주민들이 모두 부지런히 일하고, 스스로 알아서 일하고, 서로 협력해서 일해야 한다는 멋진 프레임워크다. 요즘 들어 부쩍 협업(collaboration)을 강조하는데 그 협업은 이미 새마을 정신에 반영되어 있었던 것이다.

엊그제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박대통령 탄핵을 인용했다.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 우리나라에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증표 같아서 그렇다. 그래서 시끄럽던 나라가 이제 조용할 줄 알았는데 일부에서는 아직 시끄럽다. 나이든 사람들은 예전을 생각해서 대통령에게 신뢰를 보냈었는데, 그리고 새마을 정신으로 국정을 이끌 줄 알았는데, 그러한 신뢰를 저버렸으니 헌재의 결정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으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화통하고, 깨끗하게 잘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이런 게 논어에도 나오는 政者正也정신 아닐까.

그건 그렇고 네가 한동안 블로그에 글을 안 올렸더니 부자동네 사는 부천 친구가 걱정이 되었다면서 전화를 해왔다. 어디 아픈가 하고 은근히 걱정했다는 것이다. 참 고마운 친구지. 너는 그동안 번역이다, 개강이다 해서 좀 바빠 잠시 잡 글을 못 쓰고 있었는데 친구가 오늘 너에게 다시 글 쓸 모멘텀을 제공했다. 그래서 고기 먹고 와서 이렇게 힘을 내 글을 써본다.

아까는 마침 로데오 거리 너의 도서관 창가에 비둘기 한마리가 날아와 10여 분 간이나 쉬고 갔다. 비둘기야, 반갑다. 너는 혼자말로 인사를 건네고 비둘기의 평화를 위해 창문을 열지 않았다. “비둘기는 울음을 울되 뻐꾹새보다 못하니 뻐꾹새가 난 좋아, 뻐꾹새가 난 좋아라는 옛 시조가 떠오른다. 비둘기 같은 신하는 임금에게 간언을 못하고 뻐꾹새 같은 신하는 임금에게 간언을 잘해서 좋다는 그 말이 이제 와서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조선조도 아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할 관료들이 왜 그리도 없었는지, 의식구조가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었던 것인지, 그곳은 참으로 답답한 동네였다.

정리하면 비둘기는 평화로워 좋지만 뻐꾹새는 용기가 있어서 좋으니 세상에는 비둘기도 있어야 하고 뻐꾸기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평화초등학교가 있는 이 로데오 거리에서 비둘기와 함께 평화롭게 지내다가도 뻐꾹새의 생각은 어떠신지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가끔은 산사에도 가야 하겠다. 나무관세음보살 마하살! 2017.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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