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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엄마의 봄노래

엄마의 봄노래

너의 기억에 의하면 엄마의 노래는 딱 하나다. “나무, 나무 속 잎 나고 가지 꽃 피었네.” 너는 예전에 이 동요 같은 노래를 너무 촌스럽다고 생각했었다. 무슨 노래가 그래요? 에이, 촌스러워요. 그런데 네가 어머니의 나이를 지나 이순에 와서 다시 되뇌어 보니 그 노래는 참 자연스럽고 천진한 노래라는 걸 알았다. 봄이 되면 나무들이 새 잎을 피워낸다. 동시에 아름다운 꽃도 피워낸다. 나무야 넌 참 신기하고 아름답구나. 어찌 그리 네 생명은 예쁘고 신비스럽니? 부럽다 부러워. 뭐 이런 의미인 것 같다. 그때 그 엄마의 마음, 그 엄마의 감정, 정말 멋지지 않은가? 그래서 너는 이 엄마의 노래를 생각할 때 마다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이제는 엄마의 노래가 하나도 촌스럽지 않다. 오히려 너에겐 괴성을 지르는 소프라노가 더 촌스럽다.

아버지는 든든하고 무뚝뚝한 바위 울타리였지만 엄마는 자상한 나무였다. 특히나 봄에 피어나는 초록빛 희망 나무, 너는 그 엄마의 나뭇가지에서 놀고 그 나뭇가지의 새 잎을 먹고, 꽃과 꿀을 빨아먹고, 나무의 향기로운 땀 냄새를 맡으며 그렇게 나무처럼 자랐다. 그렇지 넌 그 산골짜기의 한 어린 나무였지. 너는 나무들과 대화하고 나무 군중을 보고 연설을 했지. 엄마는 너의 누이와 너를 기를 때 마치 나무처럼 착하게 되라는 듯, 나무의 꽃 같이 예쁘게 피어나라는 듯 그렇게 물을 긷고, 밥을 주시고, 사랑을 주셨어. 어떨 땐 눈물겨운 사랑으로 너희 남매를 보듬어 주셨지. 공부를 좀 못해도 혼내지 않으시고, 공부를 좀 잘 할 땐 너무너무 칭찬해 주시고, 그런 뜻이 엄마의 노래에 담겨 있는 것 같아. 그런데 너희들은 그것도 모르고 얼마나 엄마 속을 태워드렸니? 이 모든 걸 너는 이제야 알 것 같아, 너의 누이까지 잃고 나서 이제야 외로이 눈물짓네. 그러나 그래도 때는 늦지 않으리. 산전수전 다 겪고 이제라도 알았으니 엄마의 희망노래 곱씹으며 오늘도 나무처럼 꿋꿋하게 살아가거라.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엄마의 봄노래를 들으며 너는 초록빛 희망을 가져야 한다. 2016. 10. 3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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