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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서울에서 서울에게

서울에서 서울에게

너는 현재 서울에 있다. 너는 계룡산 출신이지만 이런 저런 인연(직장, 학교, 강의 등등)으로 서울에 와 산다. 너는 한강을 건너다닐 때면 서울이 좋다. 북한산, 남한산도 좋고, 남산, 수락산, 불암산, 일산도 좋다.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그 돌담길, 그리고 인륜을 밝히는 명륜동 성균관도 좋아한다. 인격과 학술에 균형을 이루는 성균(成均), 그 성균 정신이 너에게도 너의 몸, 인격, 생각에 균형을 잡아주는지 모른다. 과연. 그래서 네가 삶의 온갖 풍파를 겪으면서도 아직 육신이 반듯하고, 정신은 맑고 밝다. 돈은 안 되지만 열심히 글을 쓰고, 강의를 다니며, 밥을 먹고, 책을 보며, 번역도 한다.

그래도 네가 자란 고향, 그리고 그 때의 친구들, 그 학교는 무척 그립다. 조선조 이성계가 도읍을 정하려다가 포기한 그 곳, 그래서 너의 동네는 임금 禹, 자취 跡, 우적(禹跡)동이다. 네가 고향에서 학교에 다닐 때는 그곳이 사이비 종교로 유명했다. 그 분지에 집하나 지어놓고 교주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너는 어려서부터 그런 주변 분위기를 보고 자랐다. 그러나 학교에 다니면서 그런 게 가짜라는 것을 알고, 그들의 헛소리를 듣지 않았다. 학교에서 르네상스, 종교개혁, 계몽주의, 산업혁명, 실학 등 인간이성의 합리주의와 민주주의 윤리를 배웠다.

그런데 요즘 서울이 시끄럽다. 서울이 항상 시끄럽기는 하다. 그러나 요즘은 너무 시끄럽다. 서울의 균형이 흔들리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도 하다. 지도자나 백성이나 균형을 잘 잡고, 운전대를 바로 잡고, 유연하고도 능동적인 운전을 해야 우리 대한민국호가 정상적으로 운행을 할 텐데, 그래야 우리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번영하는 나라가 될 텐데 지금은 다들 비틀거린다. 정치는 혼돈에 빠져있고, 경제는 블루오션에 표류하고, 전철은 궤도에서 왈칵거리고, 노조는 일 안 하고, 폭력과 무질서가 난무하니. 지금 정신 나간 사람들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는 것 같아 매우 불안하네.

서울아, 대호(대한민국호)야, 제발 균형을 잡아. 한 동네 살면서 사이좋게 지내자고. 사이비에 빠지지 말고, 좌파에 휘둘리지 말고, 좀 인간 이성의 빛을 내 봐. 서울이 흔들리면 안 돼. 수도잖아. 헐뜯고 욕하고 싸우지 말고 진실한 명륜의 모범을 보여줘. 2016. 10.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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