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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서울대 미술관

소문난 서울대 미술관 잔치

소문난 잔치엔 먹을 게 없다. 우리 선조들이 내린 결론이다. 너는 지난 금요일 서울대 규장각에 간 김에 시간이 남아 서울대 미술관에 가 보았다. 개관 70주년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현수막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입구에 들어선 순간 미술관은 썰렁 그 자체였다. 관람객을 맞이하는 직원인지 알바 학생인지 부터가 매우 사무적이었다. 멋진 도록이 있는데도 판매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도록은 뭐 하러 만들었나?

전시물도 별로 너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미술관 건물 내부 구조 자체가 너무 공허하고 엉성한 느낌이었다. 공간은 많은 것 같은데 실속은 별로 없는 뭐 그런 느낌. 전시된 미술품조차 엉성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네가 미술 문외한이라 그럴 것이다. 너는 그래도 간혹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관람했다. 그런데 3층에서 사진을 찍는 순간 알바 학생인지 해설사인지 알 수 없는 어느 여자 분이 사진을 찍지 말라고 했다. 하, 참 국립 법인 미술관 치고 참 엉성, 허름하구나. 규제는 있고 서비스는 없는 기형의 미술관이로고

요즘은 어느 미술관이든 사진을 찍도록 허용하는 게 보통 추세다. 미술관 홍보에도 도움이 되고, 관람객으로서도 좋은 사진자료를 확보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 그런데 무슨 저작권 내지 자료 손상 운운하며 사진을 못 찍게 하니 이는 구시대적 발상이 아닌지? 헛되이 발품을 팔며 그 미술관을 다 돌아보고 나왔다. 왠지 허전한 느낌이다. 이제 그 미술관은 어떤 선전을 해도 가지 않을 것 같다. 한 번 겪어 보았으니까.

현대는 마케팅의 시대. 어느 분야든 참신한 마케팅이 필수다. 국내 최고의 대학, 이런 것은 이제 좀 식상하다. 가 보았자 별 실속이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성실하고 친절한 개인 미술관이 더 낫다. 차라리 성실하고 착한 개인 문학관, 개인 박물관, 개인 도서관이 더 낫다. 아마도 서울대 미술관은 이제 경영혁신을 좀 해야 할 것 같다. 2016. 10. 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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