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냄새
요즘 서울 전철이 비틀거린다. 너는 엊그제 학교에 갈 때 3호선 전철을 탔다. 그런데 철도파업이라 운행간격이 평상시와 같지 않았다. 목요일 오후인데도 승객이 만원이다. 왜 정규직 금수저인 철도노조는 안정적인 대우를 받으면서 무엇을 얼마나 더 달라고 시민들을 이렇게 불편하게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대체인력이 운전을 해서 그런지 차량 속도가 불규칙하고 흔들림이 심해 다소 불안이 느껴졌다.
너는 양재역에서 가까스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앉자마자 은근히 풍겨오는 악취, 옆의 남자승객에게서 나는 냄새 같았다. 노숙인은 아닌 것 같은데 옷을 세탁하지 않고 오랫동안 입은, 땀에, 오줌에, 비에 젖어 쩐 냄새다. 검지와 중지를 코에 대고 공기흐름을 막아보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차는 왈칵왈칵 하고, 옆에서 냄새는 풍기고, 너는 더 참을 수가 없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앉았던 자리에 어떤 중년 여성이 앉는다. 그 여자도 앉자마자 손가락을 코에 갖다 댄다. 역시 정상코로군. 너는 충무로에서 내려야 하지만 난폭 운전과 악취를 못 이겨 교대역에서 내렸다. 그런데 운 좋게 바로 후속 열차가 왔다. 승객들이 훨씬 헐렁하고 운전도 안정적이다. 교대에서 내리기를 잘했군, 잘했어.
편안한 마음으로 충무로에 도착했다. 이제 4호선을 타야한다. 역내에는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빼곡했다. 그런데 10분 이상을 기다려도 차가 오지 않았다. “철도 파업이라 이런 거야?” 어떤 남자의 커다란 독백이 들려온다.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열차는 오지 않고, 시간 여유는 줄어들고, 해서 너는 버스를 탈 생각으로 지하철에서 나왔다.
아, 시원한 공기, 바로 버스정류장이 있어 노선도를 보니 마침 혜화동 가는 버스가 있다. 104번. 오늘은 운수 좋은 날? 버스를 타고 대학로 방송대 앞에 내려 마로니에 거리를 걷는다. 넓은 플라타너스 잎들이 거리를 배회한다. 대학로의 가을. 그런데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도블록에 걸터앉아 대접 하나씩을 들고 외식(eat out)을 하고 있다. 어느 자선단체에서 노숙자에게 제공하는 무료 급식인가보다. 사지가 멀쩡한 사람들이 거리에서, 앞으로 추위가 올 텐데, 너의 삶은? 너의 철학은? 너의 정치는? 너의 경제는? 너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너는 저녁을 먹지 않았다. 2016. 10. 22(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