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사나이
너는 은근히 꽃을 좋아한다. 사진을 찍어도 꽃 중심으로 찍는다. 그림을 그려도 꽃을 그리고. 하하. 예쁜 건 알아가지고. 그런데 꽃 이름은 또 제대로 모르니 정말 그 꽃들의 외모만을 탐하는 건가? 좋아하려면 제대로 알고 좋아해야 진짜 좋아하는 거지. 꽃 이름, 그 이름들의 유래, 꽃말 등을 소상히 알고 좋아하는 게 진짜 좋아하는 거 아닌가?
몰라서 그렇지 꽃은 언제나 너의 곁에 있다. 계절 따라 각기 다른 꽃들이 릴레이식으로 피어난다. 겨울에는 꽃이 드물지만 동백꽃이 있고, 아기 복수초도 있고, 좀 결은 다르지만 눈꽃도 핀다. 인간들이 만든 종이꽃도 있지. 인간은 흉내쟁이라서 정말 흉내를 잘 낸다. 흉내 내는 인간(homo imitator)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 어찌 그렇게 진짜와 똑 같이 모조품을 만드는지, 그러나 본질은 다르니 짝퉁인거지. 그런데 짝퉁을 만들다가 연습이 되어 진짜도 만들게 되니 인간이 대단한 건지 자연이 대단한 건지 잘 모르겠네. 아니 인간도 자연이니 결국 자연이 대단한 것이로다!
너는 여러해 전에 꽃과 담배를 가지고 언어유희를 해본 적이 있지. ‘피우다’라는 공통 인수가 있기 때문이지. 꽃을 피우다, 담배를 피우다 중에 어느 걸 택할 것이냐 이거지, 사지 선다형으로 하면 꽃, 담배, 바람, 게으름 가운데 어느 것을 피울 건가 이거지. 이 문제의 정답은 하나밖에 없다고 가정한 거지. 이 모든 걸 다 골고루 피울 수도 있기 때문에 하나만 택하는 게 좋다는 거지. 그러나 정답을 강요할 순 없어. 다 개인차가 있을 테니까. 각자 다 좋은 걸 선택해서 살아가야지. 그런데 너는 꽃을 좋아하니 참 다행이구나. 그런데 기왕이면 꽃을 바라보지만 말고 꽃을 피워야 해, 그게 꽃을 좋아하는 이유지. 꽃을 가꾸고 꽃을 피우려고 노력하면 너의 인생도 꽃으로 피어날지 누가 아니? 꽃을 좋아하는 단계를 넘어서야 해. 그 단계를 넘어서려면 꽃을 가꾸고 꽃을 피워야해. 그게 꽃 사나이의 할 일이 아니겠는가. 또 아침부터 헛소리 했네. 암튼 그래. 2016. 10. 20(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