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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이해했나요?

이해됐나요?

이해됐나요?, 아시겠습니까?, 알았어? 일종의 ‘의문명령’일까? 네가 강의를 하고, 듣고 다니다 보니 강사의 이런 말들이 귀에 거슬린다. 서울대 국사학과 K 모 교수의 강의에서도 청중을 약간 무시하는 것 같은 이런 말들이 자주 튀어나왔다. 한마디 해놓고는 이해됐나요? 어떤 불교인의 강의에서도 한마디 해 놓고 이해됐나요? 특히 절에서는 사자좌라는 높은 자리를 차려 놓고 강사가 그 위에 앉아서 마치 무슨 부처님인양 설법을 하면서 이해가나요?, 이해됐나요?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표현은 너희의 오랜 전통인 주입식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다. 뭐라고 해놓고 다그치는 것, 잘 모르겠다면 그런 것도 모르냐고 꿀밤을 주고, 야단치는 것, 이런 것이 주입식 교육의 맹점이다. 요즘 한국방송에서 전에 방영한 다큐 <공부하는 인간>을 또 방영하는데, 그 프로그램에 보면 서구의 고등학교와 대학에서는 대화식 교육과 토론교육을 많이 한다고 나온다. 어떤 심리학 교수가 조사해 본 바 동양인 학생은 질문을 잘 안하는데 비해 서양인 학생은 질문을 잘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했다. 동양인 학생은 모르는 게 있어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며, 그런 걸 물어보냐고 흉볼까봐 질문을 안 하는데, 서양 학생은 모르면 바로 물어본다는 것이다.

맞다. 너도 지난 토요일 대림대에서 우드 볼 엘리트과정 첫 강의를 들으며 모르는 게 많아 질문을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참다가 또 참다가 겨우 한번 질문을 해보았다. 스포츠 규율에는 영어 용어가 많다. 우드 볼 경기는 대만에서 나왔다는데도 영어가 많이 나왔다. 너는 OB가 뭔지 모르겠기에 강사에게 물었더니 OUT OF BOUND라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곧 이해를 했다. 또 스트로크 경기, 페어웨이 경기도 잘 몰랐지만 그에 대한 질문은 끝내 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제 점심 때 아름다운 가을에 둘러싸인 분당 산촌식당의 식사모임에서 그 OB 질문이야기를 꺼냈더니 K교수 왈 “엘리트 과정 수강자들은 우드 볼에 베테랑들인데 왜 거기서 그런 질문을 하나”했다는 것이다. K교수는 미국 영주권자로 미국을 그렇게 많이 왕래했어도 그런 생각을 했다니 역시 동양인은 동양인인가보다. 그래서 너는 앞으로 강의를 할 때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도록 길을 열어주고, 강의를 들을 때는 미리 공부해 질문을 준비하여 모르는 바를 확실히 알고 넘어가야 하겠다. 우리 교육환경에서는 어설프지만 이것이 자기 주도적 공부다. 의문이 있으면 체면은 버려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해결된다. WHY라는 의문을 가지라고 강조하면서 왜(WHY) 현실 수업에서는 그런 질문할 분위기를 만들지 않는가? 2016. 10. 19(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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