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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노벨 문학상의 파격

노벨 문학상의 파격

전통적 문학의 칸막이가 무너졌다. 금년의 노벨상 수상자가 미국의 포크 록(folk rock) 가수 밥 딜런(Bob Dylan)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문학계에는 아마 충격적인 소식일 것 같다. 문학의 주변인이라고 생각했던 너도 정말 놀랐다. 노벨상이 이상해진 것 아냐?,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이삼일을 지나니 다시 너에게 평정심이 돌아왔다. 너는 뜬금없다고 생각했던 스웨덴 한림원의 결정이 3일 만에 정말 제대로 된 결정이라고 생각되었다. 등단이니 뭐니 하면서, 신춘문예니 뭐니 하면서, 평론이니 뭐니 하면서 문학에 어떤 울타리를 쳐 온 기득권 문학계의 오만과 편견을 스웨덴 한림원이 허물어버린 셈이다.

문학의 문외한이라고 여기고 있던 너도 쾌감 같은 걸 느꼈다. 누구든 글을 쓰면서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일종의 안도감도 생겼다. 인생을 진실하게 사는 사람은 그냥 진실하게 글을 쓰면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TV 뉴스에, 밥 딜런은 노벨 문학상 소식을 듣고도 아무런 언급 없이 평소대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한다. 일반 문학인 같으면 좋다고 펄쩍펄쩍 뛰며 감사하다고 수십 번 언론에 인터뷰를 했을 것 같은데 그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너는 너보다 열 살이나 많은 그 노령(75세)의 미국가수 밥 딜런에 대하여 아는 게 전혀 없다. 따라서 그의 인생, 그의 노래, 그의 작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2016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듣고서야 그의 이름을 접했다. 그러면서 밥 딜러? 밥 퍼주는 사람?, 하고 머릿속으로 언어유희도 해 보았다. 너에겐 포크 록 가수라는 용어도 생소하다. 포크 송이면 포크 송이고, 록이면 록이지, 포크 록은 또 뭔가? 민요와 록을 짬뽕해 부르는 건가?, 한국으로 치면 가수 조용필 정도 되는 건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의 음악이 어떤 것인지 그 품질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의 정보를 찾아 나선다.

여러 곳을 다녀왔다. 우선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교육청 평생학습축제와 송파구청의 송파 북 페스티벌에 가보았다. 100세 시대 평생학습이라며 서울시내 교육청 소속 도서관과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동아리들이 만든 각종 생활 예술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도자기 공예품, 미술품, 종이접기 작품, 손 글씨 작품 등등 볼만한 것이 많았다. 특히 마포의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는 주부학교를 운영하는데 중학교 2년, 고등학교 2년 과정을 수료하면 해당학력을 인정하는 정식졸업장을 준다고 했다. 네가 도서관에서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다. 이어서 송파 북 페스티벌도 둘러보았다. 예년과 비슷하게 여러 도서관과 서점, 그리고 예술 문화단체에서 나와 나름의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너는 너의 제자가 운영하는 세륜중학교 코너에서 시 한편을 베껴 썼다. 시가 별 감흥은 없었지만 사서 선생님이 써보라 해서 그냥 써 본 것이다. 이어서 송파 문인협회 코너가 있기에 문인협회는 어떻게 가입하는지 물어보았다. 일단 등단을 했거나 신춘문예, 신인상 등 수상경력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다고 했다. 역시 문턱이 높다. 작가라는 분들의 표정도 도도하여 그리 순수하지는 않아 보인다. 선입견인지는 모르지만.

올림픽 공원을 나와 송파도서관으로 갔다. 밥 딜런에 관한 책을 빌리기 위해서다. 검색해보니 <음유시인 밥 딜런, 사랑과 저항의 노래가사 읽기>(손광수, 지음, 도서출판 한걸음 더, 2015), <밥 딜런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양은모 옮김, 문학세계사, 2005) 이렇게 두 권이 있었다. 가수라서 그런지 그의 책은 분류번호 673에 배가되어 있었다. 바로 대출을 받았다. 책을 열어 머리말을 읽어보니 그는 역시 흔히 말하는 그런 문학인이 아니라 폭넓은 예술가였다. 노래하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 가사가 곧 시? 그렇지. 가사는 시지, 시인은 노래한다는 말이 있듯이 시는 노래지. 시가 좋으면 좋은 노래가 될 것이고. 그래서 가수라 시인이 아니라고, 문학인이 아니라고 하면 말이 안 되는 거지. 그래서 스웨덴 한림원이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주려는 거지.

세상에선 파격이 필요할 때가 많다. 매너리즘에 빠지면 모든 게 무뎌지고 삶의 진실이 그 그림자에 가려 어두워진다. 그래서 등잔 밑이 어두운 것처럼 전문가랍시고 그 한 등잔 아래서만 머물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거지. 파격이 필요해. 파격은 시야를 넓혀주지. 도서관을 넘어서야 도서관이 보이듯 문학을 넘어서야 문학이 보이는 거겠지. 아까 그 송파문인협회는 그래서 별로 호감이 안가네. 회원들끼리만 문을 닫고 쓰는 작품은 아마 한계가 있을 걸. 책을 내도 누가 잘 읽지도 않지, 그들끼리만 읽는 거지, 그러한 문학은 우물 안 문학일 것 같지. 해외에서도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에 대하여 표절이니 뭐니 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 일단 너는 스웨덴 한림원의 파격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2016. 10.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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