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과 부뚜막
너는 오늘도 일찍 일어났다. 텔레비전에서 최불암 형님의 한국인의 밥상, 전라도 화순 편을 재미나게 보다가 실내 환기를 위해 상하전후좌우로 공기를 돌려주는 구석 선풍기를 틀었다. 그리고는 부엌에 들어가서 냉장고 냉동실에 넣어 둔 영양밥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넣고 2분 30초 간 돌렸다. 그리고 어제 끓여놓은 콩나물 된장국을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가스 불을 켰다. 그 다음 부뚜막에 올려놓은 국그릇과 수저를 1인용 식탁위에 놓았다. 또 포장 광천 김을 하나 뜯어 놓고, 김치를 꺼내고, 국자로 콩나물국을 국그릇에 퍼 담고, 전자레인지에서 덥힌 밥을 꺼냈다. 깔끔한 아침상이 되었다. 아침부터 건강 밥상, 전라도 밥상은 아니라도 나름 맛있게 식사를 했다.
너는 요즘엔 부엌이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우리 좋은 말 부엌이라는 용어도 점점 사라져 가는 건지 원, 또 부뚜막이라는 말도 들어본지 오래다. 그 말도 점점 사라져 가는 건지 원, 참 아쉽다. 주거 공간이 서양식으로 바뀌면서 우리는 부엌을 주방으로, 부뚜막을 싱크대로 사용하면서 너에게 추억어린 그 옛날의 순 우리말은 없어져버렸다. 그래서 오늘은 너 하나만이라도 부엌과 부뚜막을 사용하기로 다짐했다. 주방 대신 부엌이라고 쓰면 안 되나? 싱크대 대신 부뚜막이라고 쓰면 왜 안 되나? 안 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너라도 글을 쓸 때 그런 좋은 우리말을 쓰시길.
일전에 뉴스를 들으니 국립국어원에서 작은 아버지의 정의를 다시 내렸다고 나왔다. 지금까지는 작은 아버지를 아버지의 결혼한 남동생으로 한정했지만 아버지의 결혼 안 한 남동생도 작은 아버지로 부르도록 했다는 것이다. 언뜻 들으니 그럴 듯 했지만 곧 의문이 일었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하지? 아버지의 남동생을 작은 아버지라 하든 삼촌이라 하든 무슨 상관이지? 촌수에 따라 또는 연령에 따라 자연스럽게 붙이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친구도 너의 말에 공감하는지, 국립에서 또 쓸데없는 일을 하나 했군, 하고 귀엽게 웃었다. 부엌 누나, 학교 누나,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 부뚜막에 있는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 부뚜막, 부뚜막, 오늘은 유난히 진흙으로 맥질한 그 부뚜막이 생각난다. 어문기관은 사라져 가는 좋은 우리말을 살리는 노력을 좀 해 주시길. 하하. 오늘 너도 쓸데없는 생각을 했나? 2016. 9. 2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