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인가, 모밀인가
메밀이 맞아?, 모밀이 맞아? 메밀이 맞아. 메밀 하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떠오를 만큼 메밀과 이효석은 가깝게 지냈다. 나는 강원도 대화에서 봉평까지 차를 몰아본 적이 있다. 이효석 문학관을 두 번이나 가보았으니까. 거기서 메밀국수도 먹어보았으니까. 그러면서 일제강점기에 경성제대를 나온 시골뜨기, 개천에서 용이 난 문학소년 이효석을 흠모해보기도 했다. 나이로 보면 할아버지 벌이지만.
그런데 요즘 식당에서는 왜 모밀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모가 났다고 그러는지, 메밀이라는 표준말을 두고 왜 모밀이라 하는지? 특히 일식집 비슷한 데서 냉모밀 어쩌고저쩌고 한다. 사전에는 모밀이 메밀의 비표준어라고 나온다. 사전에 그렇게 나오면 방언이니 그런대로 봐 주라고요? 할 수 없죠 뭐. 내가 안 봐준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분명 이효석 작가는 시골 사람인데도 메밀이라는 표준어를 썼다는 걸 꼭 기억하시면 좋겠어요.
오늘 점심에 냉면을 사먹었다. 평소엔 회냉면을 즐겨 먹었는데 오늘은 그냥 비빔냉면을 먹었다. 콜레라 탓이다. 예전에 냉면은 메밀이 주원료라고 들었는데 요즘은 그런 것 같지가 않다. 메밀이 그렇게 쫄깃한지 의심이 가기 때문이다. 나는 메밀묵도 좋아하는데 메밀묵은 도토리 묵 만큼 토실하거나 쫄깃하지가 않다. 그래서 냉면도 메밀이 주원료라면 쫄깃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오늘 먹은 냉면을 찰기가 느껴졌다. 진짜가 아닌지. 그러나 조미료를 많아 넣어 맛은 있었다.
내가 냉면을 처음 먹어본 것은 국토방위를 받을 때였다. 방위 동료의 부모님이 냉면집을 했기 때문에 얻어먹을 기회가 있었다. 처음 먹어보는 냉면은 정말 맛이 있었다. 가마솥 위에 국수를 빼는 기계를 올려놓고 지렛대 같은 것으로 돌리면 냉면 가락이 마치 대변처럼 솥으로 내려앉는다. 그런데 먹는 음식이니 대변처럼 내려와도 역겹지는 않았다. 하하. 그런데 요즘 냉면은 거의 인스턴트 냉면 같아 소비자로서는 품질을 신뢰할 길이 없어졌다. 그냥 주면 주는 대로 먹을 수밖에. 그래도 주변에 냉면집이 있어 일요일에 한 끼를 맛나게 때울 수 있으니 좋다. 메밀묵 사려 메밀묵, 찹살떠어억. 메밀 묵 사려 메밀묵, 찹쌀떠어억. 예전의 처량한 그 소리 새삼 귓전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