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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꿈에 먹은 묵죽

꿈에 먹은 묵죽

꿈에 누이 댁에 가서 묵죽을 먹었어요. 어머니도 와 계셨어요. 방학이라 공부 잘하는 조카들과 친구들, 남학생 하나 여학생 둘 세 명이 와 있었어요. 누이는 대전 대덕 연구단지 근처에 살았어요. 대학입시 이야기가 나왔어요. 내가 대학교수라고 좀 아는 척을 했어요. 대전에서는 대덕고가 좋다고, 과학고에 1, 2점 차로 못 들어 간 학생이 대덕고에 다니는데 실력이 꽤 좋아서 대덕고 학생들도 서울대 아니면 카이스트에 많이 들어간다고.

그러는데 저녁때가 되었어요. 누이가 묵죽을 많이 해 놓았으니 묵죽을 먹자고 했어요. 조카딸이 부엌에 나가서 저녁상을 차려 왔어요. 나는 집에 가서 먹겠다고 나오려 하는데, 어머니가 주머니에서 5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내어 세시더라고요. 그래서 나를 주시려나보다 내심 미소를 짓고 있는데, 어머니는 돈을 주시지는 않고, 저녁을 조금이라도 먹고 가라고 묵죽을 반 그릇 떠 주셨어요. 나는 방에 들어가지 않고 문지방에 비스듬히 기댄 채 어머니가 떠주신 묵사발을 들고 후루룩거리며 마셨어요. 맛이 참 좋았어요. 반 그릇 쯤 먹다가 바른 자세로 먹기 위해 일어났어요. 그런데 일어나는 순간 꿈을 깼어요.

맛있는 묵죽을 더 먹고 싶은데 묵죽이 없었어요. 그 맛있는 죽을 다 먹은 다음 꿈을 깨야하는데, 허전했어요. 왜 꿈은 꼭 이렇게 아쉽게 깰까? 그런데 묵죽이라는 음식은 없잖아요. 묵과 죽을 섞은 걸까? 묵도 죽의 일종일까? 저승에서는 그렇게 부드럽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사는 걸까? 나는 1시간 낮잠을 자는 사이에 누이와 어머니가 계시는 저승에 다녀왔나 봐요. 그래서 꿈엔 너무 행복했는데, 어머니도 누이도 너무 반가워하고.

꿈을 깨 다시 이승에 오니 좀 허전하네요. 그런데 행복한 꿈은 아쉬운 순간에 깨고, 악몽은 위험한 순간에 깨나 봐요. 악몽을 끝까지 다 꾸면 꿈이라도 매우 무섭겠지요. 이것도 조물주의 배려인가 봐요. 지금까지 저의 꿈 이야기였어요. 완전 픽션이죠. 한 가지 소설 테마로 연속 꿈을 꿀 수 있다면 저도 소설을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 데, 아직 연속 꿈을 꾸어본 적은 없지요. 그래서 꿈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을 해야겠지요. 2016. 9. 3(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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