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와 저기 뭐야
우리가 쓰는 말 중에 적절한 표현이 생각이 잘 안 날 때, 시간 틈새를 메우려고 쓰는 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면, 저기 뭐야, 에~, 에 또, 음~, 거시기 등이 있다.
저기 뭐야, 는 여성들, 특히 아주머니들이 많이 쓴다. 저기 뭐야, 그런데 있잖아, 등이다. 에~ 는 말을 멋있게 하려는 어른들이 많이 쓴다. 목소리 굵은 교수들이 에~, 말하자면, 을 많이 쓴다. 에 또, 는 일본어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쓴다. 일본 말이다. 음~ 은 젊은 여성들이 많이 쓰는 것 같다. 음~ 잘 생각해봐. 거시기는 충청도 어른들이 적정 표현이 생각나지 않을 때 대명사로 쓴다. 요즘은 거시기가 좀 이상한 물건에 쓰이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순수한 거시기였다. 영어로는 somewhat 정도가 될 것이다.
이런 말들은 정보를 전달하는 말이라기보다는 말의 시간 간격을 메워주는 이음말이어서 구어에서는 쓰지만 문어에서는 잘 안 쓴다. 문어에는 썼다가도 곧 교열에서 걸린다. 물론 문어라도 소설, 희곡, 시나리오 등의 문학작품은 주로 구어체로 쓰고 있다. 구어는 사실적어서 장면 묘사에 좋다. 그래서 글의 종류에 따라 문체가 다른 것이다.
충청도 말은 참 느리다. 나도 충청도에서 나고 자랐지만 학교에 다니면서 표준어를 배워 그런지 사투리는 많이 안 쓰는 편이다. 아나운서 시험도 봤으니까. 그런데 충정도 서해안 지역으로 가면 말이 정말 느린 걸 알 수 있었다. 예전에 친구가 결혼할 때 당진에 갔다가 우스워서 정말 배꼽을 잡은 적이 있다. 사람들이 아녀유, 내비둬유, 그랬시유, 저랬시유, 하는데, 나는 농담으로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거기 말투가 정말 그랬다. 그래서 화장실에 가서 혼자 웃다가 거기서 방귀 할래 나와 더욱 더 웃었다.
말이 느린데 성격까지 느리면 더 우습다. 한마디 해놓고 한 1분 있다가 또 한마디 하고, 그래서 듣는 이는 답답하다. 예전에 회사에 있을 때 당진 출신 강 과장이 그랬다. 그렇다고 말을 너무 빨리하면 연음이 심해 알아듣기 어렵다. 한번 습관이 된 말투는 잘 고쳐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경상도 사람이 서울말을 흉내 내면 그건 더 우습다. 그러니 도서관에서 이런 말하기 프로그램을 좀 해보면 어떨까? 사투리대회도 해보고. 2016. 8. 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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