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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나무가 좋다

나무가 좋다.

나무는 참 착한 친구다. 큰 나무는 큰 친구, 작은 나무는 작은 친구. 키가 크다고 우쭐대지 않고, 키가 작다고 위축되지 않는다. 저마다 제자리에 서서 제 할 일 다 하며 성실하게 삶을 살고있다. 나무는 종류가 참 많다. 사람의 종족 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정말 지구상의 나무 종류는 얼마나 될까? 식물학자에게 물어봐야겠지만 진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을 것 같다.

나무는 인간에게 온갖 혜택을 준다. 식품, 의약품, 식량, 목재, 땔감, 그러면서 어떨 땐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자기들을 보고 삶을 좀 배우라는 뜻인가 보다. 뿌리를 보고 기초를 배우고, 줄기를 보고 소통을 배우고, 잎을 보고 넉넉함을 배우고, 꽃을 보고 미학을 배우고, 열매를 보고 생명을 배우고, 나무는 문학과 예술을 창조한다. 인간이 나무에게서 배울 바는 무지 많다. 문인 예술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나무를 의지한다. 아, 나무아미타불!

나무는 오래 산다. 어떤 나무는 오백년, 천년을 산다. 성균관 명륜당 앞에는 조선시대 은행나무가 지금도 건재하며 성균관 유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어디 유생뿐인가? 성균관대학교의 문을 굳세게 지키며 인문학, 사회과학의 방향을 말없이 웅변하고 있다. 한국 전통대학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현대대학의 방향을 제시하는 은행, 그 나무, 은행에다 지식과 지혜를 저금해 놓고, 인의예지를 지도할 준비를 하는 자린고비 나무 도서관. 교수들이 그 뜻을 얼마나 알까, 학생들이 그 뜻을 얼마나 알까, 아, 나무 군다리보살 마하살! 아, 나무 관세음보살 마하살! 그 나무는 그 나무가 아니라도 좋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 나무가 그 나무로 와 닿는다. 마치 보리와 보리심처럼. 2016. 8. 2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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