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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서울 촌놈

서울촌놈

서울에도 촌이 있다. 신촌도 있고, 수유리도 있고. 뿐만 아니라 서울에는 시골사람들이 많이 올라와 산다. 그래서 아무리 서울이라도 촌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서울도 당연히 지방이다. 서울 중앙 지방검찰청 같은 관청 이름은 그 좋은 증거다.

이 계룡산 촌놈이 서울에 와 산지도 제법 오래 되었다. 경남 양산 월내에서 5년 근무하고, 1984년에 서울에 올라와 삼성동에 근무하다가, 지방 전근 울진 2년, 남원 1년, 대전 2년을 제외하고 도합 25년을 서울에 살고 있다. 서울에서 대학원도 다니고, 학위도 받고, 강의도 하니 이제 완전 서울사람이 다 되었다. 어디 여행을 갔다가도 서울에 들어서면 마치 고향처럼 느껴진다. 어떤 친구는 서울에 오면 공기가 좋지 않아 답답하다고 하던데, 나는 산골 벽촌사람이라도 그런 감각은 잘 모르겠다. 저 지칠 줄 모르고 흐르는 한강, 하늘을 이어주는 고층 빌딩들, 그리고 넘쳐나는 인파, 인파, 쇼핑 몰, 몰, 몰... 모든 것이 풍요로운 서울, 그래서 한동안 패티김의 노래 서울의 찬가가 유행했다.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 새들의 노래, 웃는 그 얼굴

그리워라 내 사랑아 내 곁을 떠나지 마오.

처음 만나고 사랑을 맺은 정다운 거리 마음의 거리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렵니다.

봄이 또 오고 여름이 가고 낙엽은 지고 눈보라 쳐도

변함없는 내 사랑아 내 곁을 떠나지 마오.

헤어져 멀리 있다 하여도 내 품에 돌아오라, 그대여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렵니다.

 

그러나 다 좋은데 이제 서울도 시골처럼 푸근한 인심이 좀 넘쳐났으면 좋겠다(하기야 요즘은 시골도 시골 같지 않게 다 약아 빠졌다데). 예전에 어느 시골 노인이 서울로 이사 간 동네 사람한테 물었다고 한다. 서울에 그 많은 사람이 다 뭐해먹고 사느냐고, 그랬더니 서울사람은 다 속여먹고 산다고 대답했다는 우스개가 있다. 요즘 서울의 캐치프레이즈(catch phrase)가 너와 나의 서울(I SEOUL YOU, 영문법에는 절대 맞지 않음)이라는데 그 문구에 알맞도록 서울사람들, 좀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아니면 I LOVE SEOUL 로 좀 확실하게 하여 진짜 서울을 사랑하게 하든가. 시끄럽다고요? 그럼 아이 시끄 러브 유! 2016. 8.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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