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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작업

작업

10여 년 전부터 작업이라는 말이 좀 이상한 뜻으로도 사용되어 왔다. 작업을 건다, 작업에 들어간다, 할 때는 남녀 간에 연애를 시도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또 언젠가 차범근 축구 해설가가 축구경기를 해설할 때 공격 작업이라는 말을 써서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다. 작업은 지을 作, 업 業으로 업을 짓는 것이다. 업이란 다른 말로 하면 일이 된다. 그래서 작업은 일을 한다는 뜻이다. 우리말에 업이 들어가는 단어가 많다. 학업, 수업, 졸업, 취업, 사업, 자영업, 농업, 공업, 광업, 상업, 수산업, 유통업, 업적, 업무처리.....불교에서는 업이라 하면 이 세상에 살면서 지은 선업(善業, 착한 일), 악업(惡業, 악한 일)을 다 포함한다. 죽으면 저승에 들어가는 문에 업경대(業鏡臺)라는 거울이 있는데 그 거울을 지날 때 살아서 저지른 온갖 선업과 악업이 다 드러나 극락과 지옥을 가름하는, 양형판단의 증거가 된다고 한다.

오늘 공부 잘하는 학교도서관에 근무하는 제자가 찾아와 학교도서관 가이드라인 번역과 교열 작업을 같이 했다. 영문을 우리말로 번역하여 번역된 우리말이 적절하게 잘 표현되었는지를 살펴보는 작업, 나는 번역을 계속하고 그 학생은 내가 번역한 것을 꼼꼼하게 읽으며 교정을 하고, 그래서 이제 거의 완성 단계에 와 있다. 몇 달 전부터 시작한 일이지만 방학이 되니 날은 덥고 또 돌아다니느라 진도가 잘 안 나갔었는데 오늘은 좀 속도가 붙었다. 그래서 팀워크가 중요한가보다. 따로 따로 각기 혼자서 일을 하면 너무 자유스러워 일이 진척이 잘 안되는데 같이 이웃하여 작업을 하니 상호통제가 되어 그런지 진도가 많이 나갔다. 이제 내일이면 초벌 번역이 끝나니 저기 고지가 보인다.

어떤 일이든 작업에는 의지와 열정이 필요하다. 좀 힘이 들어도 열정적으로 일을 지속하는 끈기, 그것이 일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그 열정에는 동기가 필요하다. 이 일을 완성하면 무엇인가 보람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 그것이 돈이든 명예든, 그 기대의 크기가 동기의 크기일 것 같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좀 부정적인 말도 있긴 하지만, 일을 하려면 일단 기대가 커야 한다. 이 일을 함으로써 무엇인가 업적을 남기고, 학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뭐 그런. 오늘 작업은 좀 보람 있는 작업으로서 다른 학자들이 나서지 않았던, 의미 있는 선업이었다고 자위하며 이 글을 마친다. 2016. 8. 1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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