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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어원사전이 필요해

어원사전이 필요해

독서를 하거나 글을 쓰다보면 국어단어인데도 뜻이 바로 와 닿지 않는 말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공부를 할 때 어휘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전을 찾아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지금은 인터넷에 온갖 사전이 다 있어서 어휘의 뜻을 찾아보기도 아주 쉬워졌다. 사전은 크게 어학사전과 백과사전으로 나뉘는데 어학사전은 말뜻을 찾아보는 것이므로 辭典이라하여 말씀 辭를 쓰고, 백과사전은 어떤 사실에 대하여 알아보는 것이므로 事典이라하여 일 事자를 쓴다. 아마 이 정도는 초등학생도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그런데 나는 어학사전을 이용할 때 말의 뜻풀이가 단어를 구성하는 글자와 잘 맞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오늘 찾아본 말 ‘둥구나무’를 예로 들면 사전은 이렇게 되어 있다. “둥구나무: 집 근처나 길가에 있는 크고 오래된 나무.” 그런데 내가 보기에 둥구나무는 둥글다, 에서 온 것 같다. 크고 오래된 나무는 나무의 형태가 둥그스름하게 가지가 퍼져서 잎이 무성해지면 넓고 두터운 그늘을 만들어 준다. 그래서 둥글다, 에서 둥구나무가 된 것 같다. 그렇다면 사전의 설명에도 그 어원을 살려서 “둥구나무: 크고 둥그스름한 나무” 이렇게 풀어주면 아주 쉽고 간단할 것 같다.

내가 만난 최초의 어원사전은 경희대학교 국문과 서정범 교수가 만든 <국어어원사전>(보고사, 2000)이다. 이 사전은 국어 단어의 어원을 연구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어휘 수가 너무 적어서 독서할 때 옆에 두고 참고하기는 어렵다. 한편 어원사전은 아니지만 성균관대학교 중문과 전광진 교수가 만든 <우리말 한자어 속뜻 사전>, <초중교과 속뜻학습 국어사전>(LBH교육출판사, 2010)은 단어를 구성하는 한자의 뜻에 충실하여 설명한 사전이다. 기존의 국어사전 풀이와는 달리 어원이나 한자의 뜻을 가지고 풀어서 설명해 놓아 훨씬 이해가 쉽다. 그런데 이 사전들은 인터넷에서는 볼 수 없으니 종이책을 사야한다.

학자들이 할 일은 정말 많다. 기존 사전을 너무 당연한 것으로 믿고 방관할 게 아니라 계속 새로운 사전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의 사전을 검토하여 너무 장황한 설명은 어원을 연구하여 쉽고 간단하게 풀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예전에 1970년대 경상도 고령에 나보다 40세 많은 사촌형님이 사셨는데,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모르는 말의 뜻을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부지 예, 필경, 카는 기 무슨 뜻입니꺼?” 하니

사촌형님 왈

“필경이라 카는 그는 그르치 카는 그 소리다”

 

이상했다. 필경은 한자 어휘로 畢竟이며 마칠 필畢, 마칠 경竟으로서 마침내, 또는 끝판에, 뭐 이런 뜻인데 당시엔 그 집에 사전이 없었으니 지례짐작으로 딸의 질문에 그렇게 답했던 것이다. 헐! 이 헐도 무슨 뜻인지 연구하여 사전에 넣었으면 좋겠다. 2016. 8. 10(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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