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컬럼/수필

울산 태화강 대숲공원

울산 대숲공원에서

다시 울산으로 방향을 돌렸다. 울산에도 점찍어 둔 명소가 있었다. 울산 태화강 대숲이다. 얼마 전 대통령님이 여름휴가차 잠시 다녀가셨다는 그곳, 그래서 호기심이 나서 나도 울산 가까이 가는 김에 한번 둘러보기로 마음먹었었다. 3시 30분, 고리원전이 바라보이는 칠암 해변에서 스마트폰으로 내비를 켜니 울산까지 약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내비양의 지시에 따라 달리니 4시 30분 정확히 태화강 대숲 주차장에 도달했다. 그런데 대변에서부터 조금씩 소식이 오던 아랫배가 회를 먹어 눌리고 밀려 그런지 대숲공원 앞에 다가가니 자세가 저절로 엉거주춤 해졌다. 화장실을 찾으라는 바이오긴급명령. 공원입구에서 물으니 마침 해우소가 가까이 있다고 했다. 바지에 싸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해우를 마치고 발걸음도 가볍게 대숲으로 들어갔다.

대숲은 1.3킬로미터라 했다. 그런데 팸플릿 제목에는 왜 “태화강 대공원 십리대숲”이라고 했을까? 십리는 4킬로미터다. 2.7킬로미터나 부족하므로 십리는 말이 안 되는데,,, 그러나 일단 넘어가 준다. 경상도 사람들 과장이 지나치다는 건 누구나 안다. 경상도 사람들은 과장이 억수로 심하다. 허나 이곳 대숲이 워낙 좋으니 그걸로 상계하자. 일단은 장관이다. 삼림욕 대신 죽림욕이라는 문구도 보였다. 삼림에서도 욕하고, 죽림에서도 욕할 수 있나보다. 하지만 남을 욕하지는 말자. 아재개그가 또 생각난다. 아재는 경상도 말로 아저씨다. 요즘 어떤 햄버거 가게에서는 맛이 A부터 Z까지 다 좋다는 표현을 A-Z라고 써 놓고 아재라고 하던데. 그 아재와 이 아재는 완전 다르지.

대숲을 거닐었다. 공기가 청량하다. 하늘을 향해 곧게 촘촘 서있는 대나무 의장대, 그 씩씩한 충절이 장관이다. 대나무 하나를 잡고 밀며 흔들어 보았다. 저 위 가는 가지가 좀 미동할 뿐 아래 줄기에는 아무 반응이 없다. 정말 줄기찬 대나무다. 그래서 예로부터 매 난 국 죽 4군자에 들었나보다. 태화강이 오늘은 누렇다. 상류 어디서 비가 많이 내렸나보다. 그러나 울산은 깨끗한 도시인 것 같다.

시간관계상 대숲을 다 걷지 못하고 중간에 퇴각했다. 여관은 싫고, 오늘은 대전 매형 집까지 가기로 하고 죽림칠현의 기분을 접었다. 나는 심호흡으로 대숲의 공기를 한 모금 마시고 그들에게 경탄과 함께 부탁을 했다. 죽림아, 혼란에 빠진 오늘 우리들에게 인륜도덕의 충절을 좀 심어주렴. 모두 군군신신부부자자를 좀 잘하게 해조. BYE, BAMBOO FOREST, SEE YOU!

 

 

 

 

 

'수필/컬럼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빨래도 좋다  (0) 2016.08.07
산골 11남매  (0) 2016.08.06
혼자 회를 먹다  (0) 2016.08.06
나에게 보내는 편지  (0) 2016.08.06
두유 노우 두유?  (0) 201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