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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팔월엔 여행을 떠난다

팔월엔 여행을 떠난다.

2016년 팔월이 됐다. 열정 가득한 팔월, 팔월은 일 년 중 가장 팔팔한 달이다. 팔월은 신나는 휴가의 계절이다. 산으로, 바다로 태양의 열기를 마음껏 받으며, 옷을 벗고, 선탠을 하면서, 팔월엔 뚱보건 갈비씨건 육체의 노출을 과시한다. 좋지 좋아, 팔월. 나도 한 이박삼일 여행을 떠나고 싶다. 해마다 가는 부산이지만 올해도 부산에 가고 싶다. 나는 회사 다닐 때 해운대에서 5년간 살아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부산이 고향 같다. 두 아들도 부산에서 태어났다. 큰 아들은 동래 강소삼 산부인과, 작은 아들은 해운대 송인철 산부인과. 70, 80년대 이후 아이들의 고향은 거의 다 산부인과일 것 같다. 지금도 그 산부인과들이 있을까, 궁금하고 찾아가보고 싶어진다. 나는 1980년 12월 1일 첫 아들을 낳을 때 전날 밤 부산 강소삼 산부인과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마누라의 안녕을 기도하며 인근 서점에 나가 안병욱 교수의 책 <도산사상>(1979)을 사가지고 와 대기실에서 몇 장 읽은 적이 있다. 나중에 장모님으로부터 무심한 사람이라고 꾸지람을 듣긴 했지만, 그래도 그게 나의 유일한 기도방법이었다.

그 후 세월은 가고, 내 인생의 팔월도 몇 수십 번을 지나갔다. 그래도 팔월은 해마다 나에게 젊게 다가온다. 그래서 팔월이 좋다. 나는 이제 실버지만 팔월이 좋고, 팔월엔 덩달아 젊어진다. 이번 팔월 오일엔 부산에 갈 것이다. 가서 양산 오룡산 석계공원묘지에 계신 어머니께 절하고, 나 홀로 온 설움에 눈물 한줌, 돌아가신 누이 몫으로 또 눈물 한줌, 어머니의 뜰에 쏟아 붓고, 그리고 나비처럼 훨훨 날아보련다. 인근 양산 통도사에 또 가보고, 1914년 만해 한용운스님이 <불교대전>을 출판한 범어사에도 가보고 싶다. 나의 고향 사람이 주지스님으로 있다는 유명한 기장 용궁사에도 가보고 싶다. 아무도 반겨주는 이는 없겠지만 나는 나대로 인생을 고뇌하고, 독백하며, 나대로의 창의적인 개똥철학을 메모지에 낙서하며 혼자 자유로운 여행을 하고 싶다. 이 팔팔한 팔월 아니면 언제 자유를 누릴 것인가. 나에게 팔월은 꼭 이팔청춘 같다. 2016. 8.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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