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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수요일의 인생실험

2016. 6. 22(수)

수요일의 인생실험

 수요일답게 비가 내린다. 예전에 어릴 때 일기에서 썩 먹은 바 있는 수요일 일기의 멘트다. 수요일이라 비가 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종의 천진 연상법이다. 그래서 재미도 좀 있다. 오늘부터 틀어박혀 앉아 일을 해야 하는데 아직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는다. 그래서 이 글을 써 놓고 저 시험지 더미들을 들여다봐야겠다. 어제 시험을 친 학생들의 표정이 밝았으니 분명 좋은 결과들이 나오리라 기대하며 지금 나는 돌아가는 선풍 앞에서 한낮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으나 늙으나 인생은 시험의 연속인 것 같다. 그 시험 가운데는 제도적인 것이 많고 또 중요하다. 요즘은 수능을 제1로 친다. 그 다음은 취직 시험일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시험은 내 스스로 내가 날마다 살아가고 있는 실험적 시험이라 생각된다. 무슨 추상적인 말 같지만 우리의 삶은 하루하루가 실험과 시험의 연속이다. 우리의 삶이 실험 내지 시험이라면 우리는 적당히 긴장을 유지하며 살아야 한다.

너무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겠지만, 너무 느슨하고 태만하면 실험과 시험에서 성공보다 실패라는 소득을 얻을 것이다. 이것은 모든 개체 인류가 누 천 년 간 이룩한 경험의 법칙이다. 비오는 수요일,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 것이 실험과 시험에 성공하는 삶일까? 허리를 곧추 세우고(hurry up), 정신을 차려, 자기 할 일을 성실히 하는 것, 일단은 이 실천궁행이 실험과 시험에서 성공하는 길임을 알아차린다. 내가 너무 중학생 같은 일기를 썼나. 그러나 이 마음 한결같고, 이 실천 한결같으면 C학점을 받아도 후회하지 않으리. 그 학점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학점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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