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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골방 삼촌

2016. 6. 20(월)

골방 삼촌

우리네 서민들을 이 집 저 집 관찰하고 알게 모르게 소문을 듣다보니 어느 집이나 골방 삼촌 하나씩은 있다는 실증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옛날부터 있었는데, 내가 기억하기로는 어렸을 적에 동네에 어떤 개인 절 주지스님의 아들이 등치는 하마만 해가지고 날마다 송아지소리를 내며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무서워서 그 집 앞에 지나가기를 꺼려했지만 혹시라도 지나갈 일이 있으면 숨을 죽이고 가는데 틀림없이 음~ 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후 몇 십 년을 살아왔는데도 우리네 이웃에서 이러한 비정상 젊은이들을 가끔 보게 되어 안타까운 심정이 다. 바로 어제였다. 내가 햄버거를 먹으러 롯데리아에 갔을 때였다. 내 옆의 옆 자리에 남자 두 명이 있었는데 아버지와 아들인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햄버거를 주문해놓고 신호가 울리기를 기다렸다. 신호가 울리자 아버지인 듯 보이는 사람이 아들인 듯 보이는 사람을 시켜 주문한 햄버거를 가져오라고 했다. 아들은 말 귀를 알아듣고 후루루, 하며 괴성을 내더니 주문한 햄버거를 받아 왔다. 그 아버지가 아들을 바라보는 눈빛은 시름이 가득해 보였다. 아기 때는 얼마나 귀여웠을까? 그런데 저게 인간구실을 못하니 어찌하면 좋지, 하는 그런 표정이었다. 햄버거를 먹다가도 그 아들은 후루루- 하며 괴성을 질러댔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 친구 아들 중에도 있고, 친구의 동생도 있고, 소문을 들어 보면 어떤 집에나 하나씩은 다 있는 것 같다. 인간 세상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신의 장난일까? 아니면 부모 자식 간의 업보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니 또 살다가 우울증은 왜 생기며, 정신병자는 왜 생기는가? 아무리 정신과 의사라도 정신치료를 완벽하게 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일단 정신병에 걸리면 치료는 어렵다는 것이 살면서 보아온 결론이다. 소설 <채식주의자>도 그런 이야기 아니던가?

그런데 요즘 혼자 살면서 나 지신이 좀 이상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때가 더러 있다. 혼자 있으면 모든 게 자유롭다. 중얼거려도 되고, 옷을 벗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도 된다. 그러다가 가끔은 정신을 차리고는 혼자 있을 때 조심해야 한다고 스스로 타이르기도 한다. 정신이 나가면 너는 망하는 거야. 누가 치료해 줄 사람도, 방법도 없어. 사례를 많이 보아왔잖아. 하며 스스로 주의를 주기도 한다. 이런 걸 보면 아직 나는 정신이 나가지는 않은 것 같은데, 주위의 여러 비정상 사례들을 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하나? 어느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이러한 인간 세상의 정신병리 현상은 누가 치유할 것인가? 답이 없다. 모두 스스로가 정신을 차리는 것 밖에 답이 없음이 정말 안타깝다. 남 걱정 말고 너나 잘 하는 방법, 그 방법밖에 어떤 방법도 아직 없다. 인공지능? 걔로는 될까? 그건 더 지나봐야 알겠지만... 그러면서 오늘 나는 모란시장에 가서 진송남의 덕수궁 돌담길 CD를 사다가 틀어 놓고 더워서 옷을 훌훌 벗어 놓고,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불렀다. 노래가 잘 안 되는 걸 보니 나는 아직 노래에 미치지는 않았나보다. 이럴 때는 미쳐야 하는데. 이런 미침은 곧 정상으로 돌아오는 법인데. 그래서 공부하려면 정상적으로 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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