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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나의 문학 감상 이론: 시는 말도 안 돼

2016. 6. 18(토)

나의 문학 감상 이론: 시는 말도 안 돼

 살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일을 많이 본다. 직접 겪기도 한다. 우선 시는 말이 안되는 게 많다. 정상적인 문장들이 아니다. 정상의 문장은 시가 아니라고들 말하기도 한다. 정말이지 시 속에 들어 있는 생각들은 상식이나 정상을 비켜서 있다. 요즘은 지하철역에도 시가 더러 걸려 있다. 시민 공모 작도 있고, 스님이나 목자들의 말씀 같은 시도 있다. 말장난 같은 것, 철학적인 것, 향수에 젖은 것, 로맨틱한 것 골고루 많이 있다. 다 글 쓴 이의 생각들이 언어로 표현된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 진실로 와 닿지 않는 시들이 더 많다고 느껴지는 것은 내가 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일 것이다.

 시는 일상 속에서 늘 변화하는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변덕과 변화가 무쌍한 인간의 감정을 언어라는 불완전한 도구로 표현하다보니 말이 안 되는 것이 있음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작가의 언어 능력도, 독자의 언어 능력도 다 어느 정도 문제가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시는 언어 표현으로만 감상해서는 시인의 정서를 충분히 감상할 수 없나보다. 그래서 시의 감상 능력은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은 시 속에서도 참 인간의 감정을 발견하는 기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시인의 감정, 감성, 생각, 철학을 비정상적인 언어의 나열 속에서 들춰내야 한다. 그래서 시를 제대로 음미하려면 스스로 시인이 되어야 하는가보다. 시인이라야 시를 알아보고 무릎을 칠 수 있는가 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우리 모두가 시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든 글을 자꾸 쓰면 작가가 된다. 처음엔 생각이 글을 낳지만 나중엔 글이 생각을 낳는다. 말이 안 되는 글이라도 자꾸 쓰다보면 말이 되고 생각이 깊어진다. 쓰다보면 일기가 되고, 수필이 되고, 수상이 되었다가 시가 되기도 한다. 글을 쓰다보면 우리네 생활이 정리되고, 감정이 다듬어 지고, 지식이 지혜로 진화되기도 한다. 글을 쓰려면 글을 읽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의 연속적 연결, 그것을 튼실하게 연결하면 좋은 글, 좋은 문학이 될 것이다. 생각의 연결이 꼬이고 약하면 이상한 넋두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시실 문학의 기초는 일상의 넋두리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별 것 아닌 것을 별 것으로 만들어내는 상상력과 표현력, 그래서 달나라에 가지 않고도 달을 멋지게 만들 수 있는 능력, 정치인이 아니라도 정치인을 멋지게 만들 수 있는 능력, 그래서 어지러운 인간 사회를 멋지게 만들 수 있는 능력, 그것이 문학의 힘(power of literature)이 아닐는지. 내 학위의 명칭이 문학이기에 문학전공자도 아니면서 주제넘은 생각을 해보았다.

 시가 말이 되는지 보기 위해 오늘 성수역에서 읽은 시를 소개해 본다. 작가 이름은 다시 확인하고 게재해야겠다. 작가 이름이 카메라를 비켜가는 바람에...

안면도 3-꽃지노을

길이 있어도 떠나지 못하고

한 사람을 위해

먼 산이 등을 내 주었고

만 개의 별이 반짝였다

그리고 우주의 가슴을 피로 물들이고

차마 말로는 말할 수 없는

당신이 거기 있었다.

 

읽어서 느낌이 오면 어느 정도 시인일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보통 친구 사람일 것이다. 慧慧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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