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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부드러운 의지

 

고치지 못할 병은 없다.”

고치지 못할 습관은 없다.”

 어떤 유명인사의 명언이 아니라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다. 어제 모처럼 옛날 초등학교 및 중학교 때 일기를 꺼내 듬성듬성 읽어보았다. 내가 어릴 적엔 기특하게도 의지가 꾀 강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의 그 의지란 것이 어쩐지 좀 부드러운 의지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면

썰매를 타고 싶어 괭이를 들고나가 논에 물을 대었다. 나는 논에 물이 가득 찰 때까지 기다리다가 작년에 얼음판에서 넘어져 다친 기억이 났다. 그래서 또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다 생각하고 논에 차오른 물을 다시 쭉 빼버렸다. 속이 시원했다.”

뭐 이런 것이다. 한번 안 좋은 경험을 한 것은 반성하고 다시는 그리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한편으로는 변덕스러운 것 같고 진취적인 의지가 약해보이기도 하지만 좋게 봐 준다면 욕망을 억제하는 부드러운 의지가 작동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무릇 사람은 의지가 강해야 한다. 그래야 모진 세파를 헤쳐 나갈 수 있고, 무슨 일이든 이루어 낼 수 있다. 예를 들면 자신에게 들어오는 걱정 근심도 부드러운 의지가 있으면 쉽게 극복할 수 있다. 특히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너무 강력한 의지보다는 부드러운 의지가 필요한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별 것도 아닌 일을 너무 걱정하고, 마치 인생의 절벽을 만난 것처럼 포기하는 것은 아무런 의지가 없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세수하고 나가 활동하면 될 것을 속을 끓이고 누워 하루 종일 울며 죽치고 있는 사람도 더러 있다.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보아도 괜찮다고 하는데 본인은 아프다고 울면 엄살이거나 귀신이 들렸거나 둘 중 하나다. 여자가 이런 경우에는 공주병임에 틀림없다.

사람은 의지가 강해야 한다. 의지가 약한 사람은 인생의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의지란 놈도 너무 강하면 부러지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의견충돌이 있다고 하자.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물러설 수 없는 대립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부드럽지 못하면 둘 다 서로소 패배자가 되기 쉽다. 조금씩만 양보하면 다 잘 풀리고 국민들이 박수를 칠 일을 서로 강하게 버티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가족관계에서도 자기 주의주장만을 강력하게 고집하다가 는 요단강을 건너기 쉽다. 부모와 자식 간, 부부 간 서로 한 발짝 물러설 줄 알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알면 화목이 저절로 깃든다. 상대방의 진심어린 충고를 받아들이고, 다시 마음의 가닥을 잡는다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풀리지 않을 일은 없다.

오늘 문득 의지를 생각하다가 의지가 중요하지만 그 의지는 부드러워야 한다는 생각이 불현듯 머리에 떠올랐다. 올곧지만 부드러운 의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마음가짐과 몸가짐이 아닐까. 의지를 굳건하게 가지되 상대방을 향해서는 부드러운 의지를 발휘하여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의 자세가 오늘 우리 젊은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젊은이들이여 제발 부드러운 의지를 기르소서. 그게 바로 철이 드는 길이 아닐까요? (2014. 8. 9  이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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