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컬럼/컬럼

도서관과 고시

 

고시는 사법‧행정고시를 비롯하여 7급 승진, 9급 임용고시, 그리고 초‧중‧고등학교 교사 임용고시에 이르기까지 직업과 직장, 그리고 사회경제적 신분상승과 관련되는 여러 가지 국가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시험을 말한다.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했다 하더라도 공직에 나가기 위해서는 각 직종별 소정의 고시에 합격해야 한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대부분 평생 고시를 준비해야하는 ‘팔자’를 택한다. 그러나 만일 그런 ‘팔자’를 택하지 않는다면 공무원이 되었다고 해도 평생 제자리걸음을 해야 하며, 허드렛일만 하다가 퇴직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팔자’가 될 것이다.

그런데 어떤 시험이든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해당 과목에 대하여 철저히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시과목을 대충 공부했다가는 경쟁시험에서 탈락될 확률이 98%이상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는 2%만 부족해도 탈락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시생들은 시험에 대비하여 철저한 학습계획을 짜 최소한 1년 정도는 해당 시험과목들을 2%도 부족하지 않도록 완벽하게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결과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이렇게 준비를 한다고 해도 실제 시험에서 100점을 맞기는 쉽지 않다. 100점을 맞으려면 120%로 노력해야한다는 경험자들의 말도 수없이 듣는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고시를 너무 안이하게 대비하는 수험생들도 많이 있는 것 같다. 이들은 고시과목을 단기간에 정복하려고 한다. 돈이 좀 들더라도 고시학원에 다니면서 소위 ‘쪽 집게’ 문제풀이 중심의 단기 강의를 듣고 싶어 한다. 어떤 과목에 대하여 기본적인 이해의 바탕을 철저하게 마련하기 보다는 출제가 될 만한 문제를 예측하여 문제 중심으로 대비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마음이 급하기’때문이다. 물론 수험생들의 이러한 조급증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과목이든 그러한 기능 기술적인 문제풀이 연습만으로는 원하는 고지를 점령하기가 어렵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예를 들어 대학입시 재수생은 이미 해당 과목을 공부한 경험이 있기에 재수할 때는 기본을 완벽하게 다지기 보다는 문제풀이 중심으로 연습한다. 그래서 재수생들이 자신의 전년도의 성적을 월등히 능가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으며 오히려 점수가 낮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기본부터 다시 철저하게 학습하고 대비하는 재수생은 성적을 올리게 된다. 

이러한 사례들을 볼 때 시험공부든 대학공부는 해당 과목에 대하여 기초부터 철저하게 분석,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 주도적으로 기출문제와 예상문제 그리고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풀어보는 연습을 해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어떤 과목이든 문제풀이에 앞서 그 과목이 가지는 본질적인 목적과 사회적 중요성 및 유용성을 먼저 바탕에 깔고 세부문제들을 해결하는 학습 정신과 시퀀스를 갖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공부가 다만 시험합격의 목적만으로 치부된다면 그렇게 공부한 수험생은 시험에 운 좋게 합격했다 하더라도 어떤 과목에 대한 본질적 깨달음이 없을 것이므로 근무현장에서는 학습 내용을 적용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사법고시나 행정고시를 거친 엘리트공무원들조차도 현실적으로는 법과 행정의 본질적 정신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사서도 임용고시를 거쳐 사서직공무원이 된 분들이 도서관의 본질적 경영정신과 서비스정신을 얼마나 체득, 실천하고 있을지? 우리 모두 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모든 일에 ‘정공법’ 써야하지 않을까 싶다(2013.7.8).

 

 

'수필/컬럼 > 컬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서관장 그 실상과 허상  (0) 2013.11.03
한국 도서관의 위상과 진로  (0) 2013.09.29
인문대학 해체론  (0) 2013.06.17
도서관의 '자격'  (0) 2013.06.04
도서관 정책칼럼 인간적 도서관의 꿈  (0) 201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