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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도서관의 정도와 정책

도서관의 정도正道와 정책政策

우리는 언제나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에 직면해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일, 이브자리를 개는 일, 식사를 하는 일, 나아가 학업, 직업, 경제, 결혼, 철학, 종교 등 우리 삶의 하루하루는 모두 선택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갖가지 선택의 과정에서 우리는 게으르고 무지하여 착각하고 갈등한다. 우리들 개인이 어떤 길을 어떻게 선택하여 성실하게 사느냐가 각자의 성공을 좌우하게 된다.

어떤 일이든 최적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고, 이를 성실하게 이행할 수 있는 강력한 실천의지가 지속적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일에서든지 명확한 기준이나 실천의지가 부족하여 그때그때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흔한 것 같다. 개인이건 조직이건 여러 가지 계획들은 많이 세우지만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고 모든 것을 계획대로 실천하지는 못한다. 그 원인은 주로 시대에 맞는 적정 정책의 부재와 일상적 게으름에서 빚어지는 실천의지 빈약, 그리고 망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조직이든 경영의 선순환을 돌리기 위해서는 정책의 적절한 개선, 그리고 구성원들의 정책 이해 및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정책 실천에 있어 융통성과 순발력도 아울러 발휘해야 한다. 도서관들 역시 과거에 미흡했던 정책을 개선하고, 미래 환경변화에 대비한 새로운 선택을 지속적으로 실행해 나가야 한다. 건물의 외관은 물론 내부 공간의 배치에서부터 자료의 선택, 수집, 정리, 열람, 그리고 각종 프로그램서비스 등 항상 직원들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추진해야 할 일들이 산재해 있다. 과거에는 최적의 선택을 했던 것이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시 변화를 주어야 할 부분들도 늘 발생하게 된다. 시대와 고객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신선한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활기찬 도서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도서관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 정책은 인사노무정책, 시설관리정책, 자료개발정책, 프로그램정책, 고객서비스정책 등이다. 이들 정책요소들은 저마다 제다운 도서관을 경영하는 데 필수적인 사항들이라 할 수 있다. 정책규정은 상위 법률들의 법정신에 근거하여 기본적 취지를 훼손하지 않고 유의미하게 살려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도서관 단독으로보다는 도서관의 감독기관과 의사결정 협의체에서 결정해야 한다. 또 해마다 변동사항을 반영하여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론은 이러하지만 경영은 언제 어디서나 현실의 벽에 부딪친다. 특히 도서관은 도서관 경영을 간섭하고 지배하려는 ‘시어머니’가 많아서 이론에서 배운 도서관 경영의 정도正道를 실천해 나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문헌정보학 전공자를 제쳐두고 지방자치단체 간부, 의회의원, 지역 언론이 억지 간섭을 하고 나서는 것은 도서관 발전을 저해한다. 어느 지역이든 도서관에 관심을 가지고 도서관이 올바른 경영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만 인사문제 등에 헤게모니를 점하려는 간섭은 삼가야 한다.

미국의 정치가 벤자민 프랭클린은 일찍이 “정직은 최선의 정책이다 Honesty is the best policy.”라고 말했다 한다. 정책은 우리 생활의 행동과 태도를 올바르게 가늠하는 방향타이기에 도서관 정책도 도서관 경영이 정도를 갈 수 있는 정직한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글. 이종권<문학박사(문헌정보학), 서울 문정작은도서관 관장, 건국대학교 겸임교수>

<월간 라이브러리&리브로 2013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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