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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청주고인쇄박물관, 목판본 직지와 그 내용은 왜 말하지 않나?

청주고인쇄박물관, 목판본 직지와 그 내용은 왜 말하지 않나?

 우리나라 책의 역사를 정리하기 위해 직지에 관한 책을 찾아보았다. 직지의 원문을 구하고 싶었고, 원문을 한글로 해석한 책이 있는지도 알고 싶어서였다. 요즘 인터넷에 “찾으면 다 나온다”는 말이 있어 인터넷을 찾아보니 정말 성과가 있었다. 우선 무비스님의 <직지강설>이 2011년에 출판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당장 서점에 나가 무비스님이 쓴 <직지강설 상하권>을 구입했다. 이 책에는 목판본 직지는 금속활자본 직지가 인쇄된 이듬해인 1378년에 여주의 취암사에서 상하권이 간행되었으며 현재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상하권 모두 보존되어 있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그리고 동국대학교에서 출판한 <한국불교전서>에 목판본 직지 상하권 원문이 실려 있으며 무비스님은 이를 저본으로 <직지강설>이라는 책을 집필한 것이라 했다(무비스님. 2011.직지강설 상권 16쪽). 나로서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대학원 석사과정 때 서지학을 전공했다는 필자가 직지 상하권 전체 내용이 다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마음속으로 무척 부끄러웠다.

 

이는 분명 필자가 과문한 탓이다. 좀 더 일찍 관심을 가지고 국립중앙도서관이나 동국대학교 도서관을 방문하여 직지를 찾아보았더라면 직지 목판본 상하권이 오롯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진작 알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하나의 변명거리를 찾는다면 2001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금속활자본 직지를 대대적으로 전 국민에게 알리고 관람객들에게 체험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청주고인쇄박물관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박물관 측은 프랑스국립도서관에 남아있는 유일본 금속활자 직지 하권에 대해서만 알려줄 뿐 국내에 목판본 직지가 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청주고인쇄 박물관에 몇 번 가 보았지만 목판본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이 역시 필자의 과문 탓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들은 옛 책에 대하여 너무 형식적인 부분에 치우쳐 그 진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시 말하면 옛 책속에 담긴 내용을 자세히 연구하기보다는 그 외형적인 것만을 두고 왈가왈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지학에서도 보면 형태서지학은 옛 책의 외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시대를 구분하고, 금속활자본인지, 목판본인지, 목활자본인지를 판단하는 기법들을 가지고 논하면서 책의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한문이 어려워서일 수도 있고 서지학에서 내용까지 다 파악하기에는 너무나 힘이 벅찬 면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말하면서 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나 부끄럽다. 책의 형태만을 보고 책의 진본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마치 어떤 사람을 외모만을 보고 그 인간성을 판단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무비스님은 그의 <직지강설> 서문에서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직지의 내용이 팔만대장경과 수많은 조사어록의 요점을 집약한 만고의 보물인 점에는 주목하지 않고 단지 인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만 보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이에 인쇄문화적 가치보다 천만 배 이상의 가치가 있는 인류의 정신을 구제할 소중한 가르침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부족하나마 강설을 시도해 보았다.”고 쓰고 있다. 이는 종교를 떠나서 백번 옳은 말씀이며 우리 후학들이 깊이 배우고 반성해야 할 학문적 태도라고 생각된다. 옛 책의 형식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을 깊이 연구 해석하여 오늘에 활용하는 학문적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직지 목판본 상하권이 남아있다는 사실과 그 원문과 내용을 해설한 책이 있다는 사실도 국민에게 소상히 알려야 할 것이다. (글. 이종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