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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소설- 외동아들 양육법


나의 두번째 소설이랍니다.

늦둥이 외동아들 양육법

이 부부의 늦둥이 외아들에 대한 애지중지는 곧 시작되었다.

“붕알 붕알 내 붕알, 잠지 잠지 내 잠지, 쭈쭈-”

엄마는 방긋 방긋 웃는 아기를 안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아버지도 좋아서 팥죽이 터진 듯 온몸으로 웃으며 아내와 아들을 기특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장난스럽게 한 마디 유머를 던진다.

“딸내미는 안 그라나?”

“이 양반이 얄망궂기는... 딸내미는 당신이 그렇게 하소.”

아내도 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부부는 배꼽을 잡았다. 불면 날까, 놓으면 꺼질까, 부부는 옥이야 금이야 하고 아들을 키웠다. 걸음마를 하고, 옹알이를 하고, 기특하게 차 단지같이 말을 하고, 연약하게 태어났지만 아들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전처럼 혹시라도 또 잘 못될까 두려워 아들 곁에는 언제나 안전요원이 붙어 있었다. 부부가 모두 볼일이 있을 때는 다섯 살 위의 누나가 동생을 돌보았다. 그런데 한번은 그 딸년이 실수를 하고 말았다. 개울가 빨래터에 업고 나가 잠시 아기를 내려놓고 빨래를 하는 사이 아기가 바위 돌에 이마를 찧은 것이다. 아기의 이마가 누나 가운데 손가락 마디만큼 찢어져 피가 줄줄 흐르고,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고, 누나는 놀라 어쩔 줄 모르다가 작은 손바닥으로 아기 이마를 누르고 몇 시간이나 지났는지... 피가 멎고 아기도 울음을 멈췄다. 집에 돌아온 엄마는 둘째 딸에게 난리를 쳤다. 동생하나 보살피지 못하고 다치게 했다고 회초리를 들고 소리소리 지르며 딸을 문밖으로 쫒아냈다. 뒤늦게 일터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따듯한 가슴으로 딸내미를 보듬어오긴 했으나 그날은 둘째딸에게 최악의 날로 깊게 각인되었다.

아들이 밥을 먹게 될 무렵부터 부부는 아들에게 쌀밥만을 먹였다. 대부분의 집에서 보리밥과 잡곡을 먹어야 하는 형편인데 이들 부부는 아들에게 꼭 쌀밥을 대령했다. 보리밥을 하는 솥에 쌀 한 줌을 넣고 밥이 다 되면 그 쌀밥 부위만을 주걱으로 도려내듯 떠서 아들에게만 주었다. 남편도 이러는 아내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딸도 이런 모습을 아무런 불평 없이 받아들였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엄마는 아들의 똥도 더러워하지 않았다. 아기 때는 물론 여섯 일곱 살이 되어서도 쌀쌀한 날 엄마와 같이 길을 가다가 아들이 논두렁에 똥이라도 눌라치면 엄마는

“우리 아들은 똥도 참 이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게 두고 가기가 아깝네.”

정말 못 말리는 엄마. 극성맞은 엄마. 아들은 그렇게 어린 시절을 엄마의 사랑 덩어리가 되어 자랐다. 그러는 사이 그들 부부는 피부접촉이 줄고 동시에 부부사랑도 조금씩 식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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