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의 구도
설산.
나목들이 온 몸을 드러내고 서 있다.
하늘 향해 온 팔 벌려 맑은 공기를 호흡한다.
여기선 성글게, 저기선 촘촘히
높은 데선 높게, 낮은 데선 낮게
무작정 그렇게 서 있는 나무들...
온갖 욕심 땅에 묻고 맑은 물 길어 올려
저 높은 곳을 향해 철야 정진하는 나무들...
설병(雪餠) 하얀 다랑 논에선
새들이 푸두둑 날아오른다.
짚더미로, 논둑으로, 푸루룩, 푸루룩
마른 풀, 나뭇가지에 탁발을 한다.
달처럼 순하게 떠오른 해님
눈부시게 세상을 비춘다.
겨울 산 하얀 광명, 그곳의 구도자 나무들, 산새들.
觀照 光明 於 雪山 광명의 빛 설산에 비추니
山鳥 裸木 求 菩提 산새들 나무들 보리를 찾네.
2009. 1. 19(월) 07 : 31 -08 : 10 충주-제천 열차에서
'수필/컬럼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은 (0) | 2009.02.02 |
---|---|
기적의 꾀꼬리 (0) | 2009.01.20 |
단풍 (0) | 2008.11.02 |
젊음의 늙음, 늙음의 젊음 (0) | 2008.11.01 |
좋은 시 '열매' (0) | 2008.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