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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남자의 향기

남자의 향기

우리 동네에 ‘남자의 향기’라는 간판이 있다. 예전으로 말하면 이발소(理髮所)다. 이발소의 명칭을 아름답고 특이하게 붙인 것이다. 그런데 과연 남자가 향기가 날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남자에겐 향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남자에게 나는 냄새란 우선 흔히 여성들이 말하는 '남자 냄새‘가 있을 것이다. 그 다음엔 땀 냄새, 입 냄새, 담배냄새, 술 냄새, 막걸리 썩은 냄새, 방구냄새 등이 날 것이다. 그런데 남자의 향기라?

남자에게 향기가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남자는 대개 잘 씻지 않고, 이도 하루에 한번 정도만 대충 닦는다. 남자는 담배를 잘 피우고 술도 자주 먹는다. 남자들 주위에서는 알게 모르게 부식을 일으키는 조건이 쉽게 형성된다. 몸을 잘 안 씻으면 땀이 부식되고, 이를 안 닦으면 잔류음식물이 부식되고,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이 입안과 목구멍 대롱에까지 달라붙을 것이다. 막걸리를 먹으면 그윽- 하고 썩은 트림이 올라오니 어찌 향기가 날 것인가?

남자에게서 냄새를 없애려면 각종 부식조건을 없애야 한다. 그러나 부식조건을 없애는 것만으로 향기가 나지는 않는다. 속 깊이 스며있는 고유한 체취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떤 사람은 선천적으로 체취가 더 심한데, 예를 들면 겨드랑 냄새 같은 것이다. 그래서 생활을 청결히 하면서도 향기제품을 약간 사용해야만 억지로라도 ‘남자의 향기’가 좀 날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남자의 향기는 없을까?

1. 열심히 일하며 흘린 보람의 땀에서는 향기가 난답니다.

2. 진짜, 진짜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는 사랑의 향기가 난답니다.

좀 덜 씻고, 덜 청결해도, 땀 흘려 인생을 사는 착하고 성실한, 그리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는 아름다운 향기가 난답니다. 여자든 남자든, 여름이든 가을이든.(2008. 9. 14 추석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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