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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입구와 출구

입구와 출구

입구는 入口, ‘입’은 순 우리말이다. 그러나 한자의 ‘입(入)’과 의미가 통한다. 음식을 입으로 먹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먹을 것이 들어간다. 그러나 입에서 음식이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 입은 출입구가 아니라 그냥 입구이다. 만일 입에서 음식물을 내 보낸다면 이는 비정상이다. 사래가 들렸거나 토하는 경우엔 일시적으로 출구가 되지만 이는 무언가 잘못 들어갔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입을 통해 나오는 것이 있으니 곧 말이다. 입에서 말이 잘 안 나오면 반벙어리, 아예 안 나오면 벙어리다. 의사소통이 매우 제약된다. 입으로 음식을 먹고 좋은 말, 그렇지 않은 말을 다 할 수 있다. 음식은 물질이고 말은 정신이다. 좋은 음식을 먹었다 해서 반드시 좋은 말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좋은 생각을 해야 좋은 말이 나온다. 입은 물질적 정신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우리 물질 대사의 출구는 아래쪽에 둘이 있다. 그 출구는 내보내는 일만 한다. 출구로 음식을 들여보내지는 못한다. 하기야 한 가지 우스운 속담은 있다. “ooo으로 호박씨 깐다”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실행하지는 못하니 출구는 입구가 될 수 없다. 입구가 있어 좋은 음식을 들여보내고 소화의 과정을 거쳐 양분을 취한 다음 필요 없는 물질은 고체, 액체, 기체로 내보내는 것이다. 우리들의 출구는 말을 내보내지는 못한다. 만일 출구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우스울까? 기체를 내보낼 때 나는 외마디 소리도 우스운데.

출구는 성별에 따라 더 의미 있는 생명 기능이 있지만, 이는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 없어 각자의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다 아는 일이다. 출구로 미 성장의 생명을 받아들여 완전한 생명을 잉태하는 생명 본래의 기능이다.

입구의 기능과 출구의 기능. 참으로 미묘한 법이다. 이 기능이 시들면 생명이 시든다. 정갈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말을 하고, 불필요한 물질을 버리고, 좋은 물질을 받아들여 생명을 낳고 이것이 우리 소우주의 삶이다. 안 좋은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나고, 안 좋은 말을 하면 인간관계에 상처가 난다. 만일 찌꺼기 물질을 내보내지 못하면 건강을 잃고, 좋은 물질을 받지 못하면 새 생명을 얻지 못한다.

인간 생명은 매우 물질적이면서 정신적이다. 그래서 물질인 건강을 잘 가꾸고, 물질에 깃든 정신을 잘 갈고 닦아 좋은 몸과 마음으로 아름답게 살아가야 한다. 몸도 마음도 우리가 잘 가꾸면 더욱 아름답게 될 수 있으니, 이러한 노력을 꾸준하게 잘하는 사람은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나만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인류와 함께 아름답게 살면서 후손에게 아름다운 ‘바통’을 넘겨줄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베이징 올림픽이 있어 즐겁다. 우리 선수들의 건강한 기량과 국위선양을 보며 날마다 박수를 보낸다. 우리들 모두모두 더욱 건강하고 아름다워지기를 기원한다. 신체를 건강하게, 정신을 아름답게, 인류를 아름답게...... (2008.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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