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과 나침반
중국 여행 중에 손거울을 샀다. 거울의 뚜껑 표면에 비천도가 새겨진 여닫이 거울인데 한쪽 면은 100% 크기로 반사되고, 다른 한쪽 면은 약 200% 로 비쳐지는 확대경이다. 내가 거울을 산 이유는 내 얼굴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엔가 선물을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딱히 선물하고자 하는 대상은 없었다. 그냥 둔황의 야시장을 지나다가 비천도가 있는 예쁜 거울이 있기에 누구든 마음이 내키는 사람에게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2개를 산 것이다.
내가 둔황에서 산 또 다른 선물은 나침반이다. 이 역시 줄 대상은 정해져 있지 않다. 나침반을 살 당시에 생각한 선물의 대상은 솔직히 우리 아들이다. 아들이 나침반을 가지고 인생의 방향을 잘 잡아 나가기를 기대하는 상징적 의미를 생각하며 샀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아들의 반응을 보니 ‘시큰둥’ 해서 그냥 거실의 탁자에 놓아두고 있다.
거울. 사람들은 날마다 아침에 세수하고 거울을 본다. 여성들은 특히 거울을 잘 본다. 화장을 할 때 보고, 차 안에서도 보고, 수시로 거울을 꺼내 본다. 필자는 여성들이 거울을 자주 보는 것을 좋게 본다. 얼굴을 잘 가꾸고 남한테 예쁘게 보이려는 마음은 남성이나 여성이나 똑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미모에 신경을 많이 쓰기에 요즘은 누가 보든 말든 지하철에서도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는 여성들이 많다. 언제 어디서나 아름다워지려고 노력하는 모습, 나는 그 노력을 높이 산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야 할 문제가 있다. 우리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거울을 보되, 항상 나침반을 같이 보면 좋겠다는 것이다. 내가 내 얼굴을 아름답게 가꾸되 내 인생의 방향을 잘 경영해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얼굴은 ‘얼이 들어 있는 굴’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말장난 같지만 ‘얼굴에 얼이 들어 있다’는 말은 매우 의미가 있어 보인다. 사람의 속마음이 얼굴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얼굴 표정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건강이 좋은지 나쁜지, 기분이 좋은지 심각한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얼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거울에 비쳐지는 얼굴을 보고 자신의 얼을 바로 찾아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아침마다 거울을 보고, 자신의 얼을 찾고, 지하철에서도 거울을 볼 때마다 자신의 얼을 찾아야 한다. 또 거울을 보되 가끔은 나침반을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의 얼이 살아 있는 어여쁜 얼굴로 나침반을 보며 오늘도 예쁘고 바르게 나의 길을 가야겠다는 각오를 다진다면 정말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이제 나는 내가 사온 선물을 나누어줄 대상을 찾으려 한다. 일단 그 대상은 내 수업을 들었거나 들을 우리 학생들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성형을 한 학생은 제외다. 성형으로 스스로의 얼이 좀 손상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순수한 본인의 얼굴을 가꾸면서 자신의 얼을 항상 분명히 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 열심히 노력하는 그런 학생에게 비천도 거울을 선물할 것이다.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얼굴에 얼이 살아있어 스스로 인생의 방향을 멋지게 잡아가는 그런 아름다운 학생이 꼭 있으리라 기대한다.(2008.8.18)
손 거울
나침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