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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오팔(OPAL)

“오팔이 무슨 뜻인가요? 팔이 다섯 개라는 말인가요?”
며칠 전 한 일간신문 기사에 ‘오팔’이라는 신조어가 보였다. 알고 보니 ‘old people with active life’라는 영어 구문의 두문자 조합이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도 활력 있는 삶을 살아가는 분들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었다. 좋은 기사라고 생각된다.

사실 노인이 되면 할 일은 없고 시간은 무료하여 전철 타고 왔다 갔다 하거나 공원이나 다리 밑 그늘을 전전하기가 쉽다. 무력하게 ‘시간 죽이기’로 또 다른 허송세월을 보내기 쉬운 것이다. 그런데 나이 들어서도 계속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돈은 별로 못 벌어도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성과 경험을 살려서 교육과 봉사활동을 하며 ‘늙음의 젊음’을 과시하는 어른들도 눈에 띈다.

직장인은 퇴직 후에 더 늙는다는 말을 흔히 듣고 또 그렇게 되는 분들을 목격한다. 실제로 퇴직 후에 할 일이 없어진 사람들은 쉬 늙는 것 같다. 일을 하고 싶으나 받아주는 곳이 없고, 혼자서 할 일은 없고, 일이 없으니 답답하여 술이나 마시고, 그렇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시간을 보내니 더 빨리 늙지 않을 수 없다. 삶에서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좋은 것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일이 없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대책을 세워야한다. 우선 직장에 있을 때처럼 많은 금전적인 수입을 생각하지 말고, 무슨 일이든 찾아 나서야 한다. 일이 없으면 일을 만들어서 해야 한다. 운동도 적절히 하고, 집안 청소도 하고, 도서관에 가서 새로운 정보도 얻고, 글도 써보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구청이나 동사무소, 복지관 등에 알아보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좋다. 보다 전문성이 있는 분이라면 지식과 경험을 살려서 교육 봉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배우고 쌓은 지식과 지혜를 후세들에게 아낌없이 물려주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무료봉사가 하나도 아까울 게 없다.

돈이 없는데 어떻게 봉사만 하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아 둔 돈이 적으면 봉사만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하루 식사 세끼, 교통비, 의복 몇 개면 생활에 별 지장이 없다. 이제 우리나라에 절대빈곤은 없다고 본다면 봉사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본다. 그리고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수입도 좀 얻을 수 있는 일이 생길 것이다. 마음이 풍요롭게 되려면 마음을 비우면 된다. 마음을 비우면 그 자리에 보배가 들어온다. 그러나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보배가 들어올 자리가 없다.

그런데 보통사람이 마음을 비우기는 참으로 어렵다. 마음을 가장 잘 비운 어른은 부처님이다. 부처님은 젊어서는 온갖 고생을 사서 하셨지만 마음을 비우신 이후로는 그야말로 마음이 풍요롭게 사셨다. 부처님은 ‘오팔’만 가지신 것이 아니라 천수천안, 즉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을 가지고 만사형통, 무슨 일이든 해결하셨다. 우리도 부처님처럼 마음을 비우고 무슨 일이든 좋은 일을 활발하게 하면 참으로 행복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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