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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마스크는 괜찮아

마스크는 괜찮아

언어의 용도도 세월이 가면 몰라보게 달라집니다. 문자 표기는 같더라도 세월이 감에 따라 그 쓰임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사용하는 말도 백 년, 천 년 지나면 고어가 되는 것이겠지요. 백 년 전 책들의 언어가 매우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언어 및 언어의 용도 변화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언어 쓰임이 변하고 있는 사례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마스크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 집사람은 살림은 잘못해도 마스크는 괜찮아” 예전 전화국에 근무할 때 실제로 들었던 말입니다. 한 선배 직원의 부인 자랑이었는데요, 자기 부인의 얼굴이 예쁘다는 의미였지요. 얼굴을 우회적으로 마스크라고 표현했던 것입니다. 그 선배는 부여 출신으로 대전에서 가장 좋은 고등학교를 나온 분이었습니다. 그 선배의 담당 업무는 전화 설치장소 변경, 준말로 ‘설변’ 그리고 요금 전산 입력 장표 작성이었는데 요즘엔 간단한 일이지만 예전 전산화 초기에는 매우 어려운, 모두 손사래 치던 일이었지요.

각설하고, 요즘엔 마스크를 얼굴의 대명사로 쓰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마스크가 괜찮다는 말은 마스크 자체의 모양이나 품질이 좋다는 의미일 뿐 얼굴이 예쁘다는 말로는 들리지 않지요. 사실 얼굴이 예쁜 사람도 마스크를 쓰면 예뻐 보이지 않거든요. 요즘 거리에 나가면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다니므로 아는 사람도 몰라보기 일쑵니다. 하물며 미모의 판별은 아예 안 되는 거죠. 오늘(2020.7.8.)부터 공적 마스크 구매 제한이 풀린다는데요, 하지만 우리가 더욱 기다리는 것은 마스크를 안 써도 되는 시원하고 아름다운 우리들의 세상입니다. 2020.7.8.(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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