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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새로운 강의를 기대하며

새로운 강의를 기대하며

저는 강의를 많이 듣습니다. 그리고 강의를 조금 합니다. 다른 교수들의 강의를 들어보면 제가 강의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물론 저는 다른 분들의 강의에서 결점을 발견하려고 애쓰는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장점을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강의에 공감하고 박수를 보내며 저도 저렇게 해박하게 강의할 수 있도록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유튜브에도 강의가 많이 탑재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료로 유명강사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습니다. 어제는 플라톤 아카데미라는 곳에 들어가 인도철학에 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사분의 해박한 고대언어 풀이가 와닿았습니다. 바로 역사언어학이었어요. 강사가 해박해서 좋은데 계속 들어보니 좀 지루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더 듣기로 하고 일단 중단했습니다. 그 사이트의 강의는 거의 다 강사들의 자기 지식 자랑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대화의 방식이 아니라 일방적인 설명이었어요. 질문은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저런 전통식 강의는 좀 지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강사는 어디 며칠 여행하고 책을 쓰는 사람을 좀 폄훼했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를 10일 여행하고 돌아와 책을 쓰는 것은 무모하다는 것입니다. 네, 그 말이 맞지요. 며칠 다녀보고 그곳의 인문을 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누구든 자기의 경험과 느낌을 기록할 수 있고 책을 쓸 수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 10일간의 경험이라도 기록해 놓으면 그 경험담을 읽고 다음에 인도를 여행하는 사람은 또 다른 경험을 하면서 견문을 넓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체험이 얕으므로 기록을 남기지 말라는 주장은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도 책을 쓰지 않는 교수들은 제자들에게 섣불리 책을 쓰지 말라고 충고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교수들의 말이 마치 자기변명처럼 들렸습니다. 본인이 책을 안 내니 제자들에게도 책을 내지 말라, 이 말인데 그러면 어떻게 학문이 발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섣불리 책을 내는 것도 지양해야겠지만, 자기의 체험을 진솔하게 적어두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10일간의 여행이라도 일기로 남깁니다. 아니 매일의 체험을 일기로 적어두고 그걸 책으로 낼 수 있으면 냅니다. 예전 학자들의 기록, 즉 문집과 같은 거죠. 그 기록이 오류가 있다 해도 그 오류의 영향으로 후학들이 더 정확한 판단과 기록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법륜 스님의 대화식 강의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상대방의 문제를 듣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그런 강의가 정말 효과가 있어 보입니다.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쌍방의 대화가 훨씬 좋다는 것은 옛날 석학들이 이미 증명하셨습니다. 플라톤의 그 많은 대화록, 공자와 제자들의 대화록 논어, 다 그렇지 않나요? 그래서 저도 대화를 많이 하려 하는데 우리 강의실 분위기가 워낙 주입식이라 잘 실행하지는 못합니다. 학생들도 대화준비가 안 되어 있고요. 저는 대학 강의는 10명 이내의 학생들이 교수와 자유로 대화하는 방식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원 박사과정 어느 학기 어떤 과목에서 교수님과 단독으로 대화식 수강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땐 수업 준비하느라 무척 힘들었는데, 지나고 나니 그 수업이 가장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의 대화, 이건 정치든 학문이든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2020.4.4.(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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