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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문화재 파괴와 경제논리, 그리고 도서관

엊그제(2008.2.10 일요일) 서울의 한 복판에서 상상도 못할 일이 일어났다. 대한민국의 상징 국보 제1호 남대문이 불타버린 사건이다. 그것도 늙은 너구리같은 한 방화범의 소행이라니 울분을 참을 수 없다. 신문과 방송에서 잿더미로 변해버린 남대문을 바라보니 억장이 무너져 내린다. 어떤 시민은 잿더미가 된 남대문을 바라보며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국민 모두가 지금 저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작년 말에는 태안의 청정해역을 기름 범벅으로 시커멓게 만들더니, 금년 설에는 우리의 귀중 문화재를 숯덩이로 만들었다. 누가 그랬는가. 바로 무지한 사람들의 소행이었다. 하나는 실수로, 하나는 고의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당국의 모습도 언제나 답답하다. 문화재를 관리한다는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문화재를 관리하지 않았다. 국보 1호에 경비원 하나 배치하지 않은 것을 문화재를 관리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국보를 ‘방치’한 것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경제논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경비원이나 관리원을 24시간 근무하게 하면 그만큼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그리고 전국의 문화재에 경비원을 둔다는 것은 꾀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경제논리와 개발논리에 밀려 많은 문화재를 훼손하고 있다. 어디 문화재뿐인가. 우리가 사는 환경도 계속 훼손하고 있다. 정치도 경제논리, 교육도 경제논리, 도덕도 경제논리, 종교도 경제논리, 가정도 경제논리... 경제논리가 ‘인간논리’를 지배하고 있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인간이 있고 경제가 있다면 ‘인간논리’가 우선되어야 하는데, 돈 앞에 누구나 무릎을 꿇고 만다. 그리고 이런 소리하는 사람들은 이시대의 ‘바보’로 치부된다.

이달 25일에는 ‘경제대통령’이 취임한다. 대통령 선거 무렵부터 취임준비까지 불과 ‘2개월 동안’ 전에 없던 ‘두 가지’ 엄청난 인위적 재앙이 일어난 것은 우연일까?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와 서울의 남대문 화재사고, 이러한 인재(人災)를 목도하면서 필자는 이들이 새로 들어서는 ‘경제정부’를 향한 경종(警鐘)이 아닐까 하는 좀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다. 너무 경제 경제하며 성급한 정치를 하지 말고, 환경과 인간, 역사와 문화를 우선 생각하여 ‘인간논리’의 ‘나라살림’을 하라는 역사의 ‘질타’는 아닐까?

경제가 중요하다. 그리나 역사와 인간, 문화는 경제보다 더 중요하다. 새 정부는 ‘인간논리’를 핵심에 놓고 정치, 경제, 교육, 사회, 문화예술을 조화롭게 운행하는 ‘문화경제정부’이기를 바란다. 여기에 한 사람의 ‘도서관인’으로서 새 정부에 호소한다. “사교육비를 줄이면서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려면 전국 방방곡곡에 도서관을 보급, 활성화하여 국민의 일상생활이 곧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도서관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교육문화증진을 위해서 입니다. 인간과 문화, 역사를 중시하는 나라에서는 저와 같은 ‘망국적 재앙’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문화에 적절한 예산을 투자하십시오. 좋은 ‘문화경제’가 살아날 것입니다. 대통령 직속의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는 그래서 꼭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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