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을 둘러보았다. 산책도 할 겸 주변 정보도 좀 파악할 겸 한 시간 정도 걸었다. 먼저 지난 곳은 바로 앞에 신설된 고등학교이다. 금년 3월 첫 입학생을 받는 이 학교는 ‘가좌고등학교’이다. 처음에는 ‘고양송산고등학교’로 간판이 붙어 있었으나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가좌고등학교’로 바꾼 것이다. 참 잘한 일이다. 그 지역의 이름에 맞게 명칭을 붙여야지 왜 다른 이름을 붙여서 헷갈리게 했던가? 일요일이라 그 학교를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학교에도 좋은 도서관과 사서교사가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바로 옆에는 가좌초등학교가 있다. 학교 앞 울타리에는 학교시설물 개방을 안내하는 게시판이 붙어 있었다. 운동장은 물론 교실과 특별교실도 규정에 따라 사용료를 받고 개방한다는 내용이다. 지역주민들이 세미나, 회의, 강좌 등을 이 학교 교실에서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 이 초등학교는 최근에 학교도서관을 개설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역시 휴일이라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다음에 꼭 시간을 내어 들러볼 생각이다. 특히 사서교사가 계시는지를 꼭 보고 싶다.
공원 숲을 넘어서니 한 신축 건물 2층에 ‘스크린골프장’이 보였다. 호기심에 들어가 보았다. ‘스크린골프’가 무엇인지 잘 몰랐기에 좀 알고 싶었다. 여직원이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칸막이를 한 세곳의 방에 각각 골프 대를 설치하고 스크린에 비쳐지는 ‘잔디골프장’을 향해 ‘샷’을 날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제 골프는 사치가 아니라 대중의 운동으로 자리잡았나보다. 그런데 나는 골프의 ‘골’자로 모르니 역시 구시대적 인물인가보다. 설명을 잘 듣고, 구경만 잘 하고 나왔다. 그리고는 그 건물의 텅 빈 3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도서관을 하기 ‘딱’인 공간이었다. 공원의 숲도 보이고, 저 멀리 일산시가지가 ‘모헨조다로’ 문명처럼 바라보이니 이곳에 책의 향기를 뿜어낸다면 참 좋겠다는 ‘공상’을 했다. 그러나 2천에 80은 너무 큰 부담이라 비영리사업을 결심하기는 참 어렵다.
다시 공원을 지나 3단지 쪽으로 걸어가니 “2007년 도서관운영 우수마을 선정”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좋은 도서관이 여기 있나보네.” 아파트 경비아씨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 영감님은 “지금도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오늘은 휴일이니 낼 한번 저쪽 4동 옆에 관리실로 가 봐요.”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또 방문을 미루었다. 정말 좋은 작은 도서관이 있기를 기대하며, 저쪽 5단지를 향해 속으로 “하나, 둘, 셋, 넷” 하며 잽싼 걸음으로 ‘행진’했다. 그 외진 곳에도 좋은 도서관이 있다는 소식을 아람누리 도서관의 한 사서로부터 들은 바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도서관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수입가구와 소품들을 판매하는 큰 상점이 있었다. 그래 상점에 들어가 보니 어린이도서관에서 쓰면 좋을 것 같은 의자, 책상 등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있었다. 한참 눈요기를 했다. 그리고는 주인아줌마에게 물어보았다. “여기 어디 도서관이 있다던데 어디 있는지 아세요?” 했더니 “바로 옆 교회에 북 카페가 있어요.”하고 알려준다. 가 보았다. 교회인데 제 2008-1호로 ‘책 향기 도서관’ 허가를 받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고, 문을 열어 놓은 채 아무도 없는데, 2층 예배당 한 편에서 영어성경을 가르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적한 일요일 오후 시골 교회의 정겨운 풍경이다. 사람이 없어 아무런 대화도 못하고 ‘책 향기 도서관’을 나왔다.
오늘 주위를 돌아보니 가좌마을 사람들은 도서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도서관은 “아무나 엄마들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사서가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아직 가좌초등학교를 방문해보지 않아서 학교도서관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아파트 관리소에 있는 도서실들(2단지, 3단지)은 자원봉사 엄마들이 당번을 정해 운영하고 있어 도서관다운 도서관이 되기에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아까 나의 ‘공상’이 다시 살아났다. “내가 정말 멋진 도서관을 열고 싶다는 공상”이 계속 꿈틀댄다. 가좌에서 도서관을 이용하려면 저 정발산역까지 가야하니, 그리고 2008년에 ‘대화도서관’이 문을 연다 해도 “가좌에서 대화까지는 목요장터와 들판을 지나 걸어서 한 시간 반은 걸릴 것이니, 그리고 거기 간다고 좋은 도서관 서비스를 받는다는 보장이 없으니...아, ‘가좌도서관’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