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화계사 법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마음이론
심리학에 ‘마음이론(theory of mind)’이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육아와 관련해서 미국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프리맥(David Premack, 1925–2015)이 1978년에 주장한 이론이라는데요, 엄마 아빠는 아기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갓난아기 때부터 늘 아가 얼굴을 보고 말을 걸고 웃고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기적 인간이 사회적 인간으로 발달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아가는 태어날 때부터 자기와 타인과의 관계를 인식하는 게 아니라 엄마, 아빠를 비롯한 가족들과의 교감을 통해, 그리고 점차 유치원과 학교, 사회와의 교감을 통해서 서서히 자아를 알게 되고 자기가 남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회를 인식하고 자기를 조정할 수 있는 머리를 사회적 뇌(social brain)라고 한다는군요. 당연한 것 같지만 이론이 되기엔 충분한 것 같죠?
요즘 엄마 아빠들은 아기를 보는 시간보다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지요. 아기를 안고 아이들을 데리고 길을 가면서도 부모들은 스마트폰을 보기 일쑤인데, 아이를 사회적인 인간으로 잘 키우기 위해서는 마음이론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철(哲)이 너무 덜 들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외모가 멋지고 공부도 제법 잘하는 젊은이인데 대학, 대학원을 나오고도 지혜가 적어 사회생활을 원만히 하지 못하는 경우가 간혹 있더라고요.
아무리 문명이 발달한다 해도 인간성의 형성은 문명 발달과는 상관관계가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핵가족이 된 지금 어느 집이나 엄마 아빠가 바빠도 너무 바빠 자녀 얼굴을 보고 대화할 시간이 많지 않고, 물질생활이 풍부하고 편리해 걱정할 이유도 별로 없으니 남을 배려하고, 도와주고, 역지사지(易地思之)할 마음이 점점 엷어지는 것 같습니다. 거리에 다녀보면 어른이나 아이나 매우 이기적입니다. 교통질서 위반은 일상다반사고요, 무심코 들려오는 단발성 대화의 말투도 매우 거칠어진 것 같습니다. 여학생이든 남학생이든 ‘尊拿’를 연발하며, 엄마들 아빠들 어르신들도 걸핏하면 쌍욕을 해대지요.
옛날 서기 372(불기 916)년 이 땅에도 부처님이 오셨습니다. 부처님의 생몰년은 정확히 알 수 없어 1956년 세계불교도대회에서 BCE 624에 나셔서 BCE 544년에 열반하신 것으로 공식 채택하였다고 합니다. 이에 따르면 부처님은 탄생 후 996(372+624)년 만에 우리나라에 오셨네요. 하지만 부처님도 태어날 때부터 깨달은 것은 아니고, 29세에 출가하여 35세에 깨달음을 얻으시고 중생을 끊임없이 교화하시다가 80세에 열반하셨다 하니 열반 후 916(544+372)년 만에 코리아에 오신 셈입니다.
불자들이 부처님을 친근하게 믿고 따르는 이유는 부처님이 신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처님 당시의 인간사회도 그리 지혜롭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이 인간, 생명, 우주, 영겁의 세상을 두루 통찰하시고 인류를 깨우쳐주신 덕분으로 세계는 부분적이나마 이렇게 평화와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정말 마음이론의 대가이셨나 봅니다. 심리학에서의 마음이론은 육아용이지만 부처님의 마음이론은 3세(과거, 현재, 미래) 인류 전체의 교화용입니다. 불기 2563년, 올해도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옵니다. 우리가 이 발달한 문명사회에 살면서도 항상 부처님의 위대한 가르침을 배우고, 깨닫고, 모든 생명을 교화하며 부처님처럼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것만이 부처님의 탄신을 진정으로 봉축하는 길일 것입니다. 불자 여러분! 이 좋은 세월 우리도 부처님처럼 크고 멋지게 살아보아요.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