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신
저 지난 토요일 주말반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수원역 백화점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구두를 샀습니다. 충동구매인 것 같지만 충동구매는 아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점찍어 두었던 도서관과 아주 인연이 깊은 에스콰이어 구두이기 때문입니다. 점원이 추천하는 40% 세일 구두를 신어보니 안성맞춤, 바로 결재를 해버렸습니다. 새 구두를 신고, 헌 구두는 그 점포에서 버려준다기에 두고 왔지요. 새 구두인데도 5년 신은 구두보다 발이 훨씬 편하네요. 지금까지 신었던 구두는 싸구려라 그랬는지 계속 오른발이 좀 아팠거든요. 5년이나 신어 굽이 달아 빠지고 질이 날 대로 났는데도 발이 아팠으니, 이는 너의 발 문제가 아니라 구두의 구조적 문제임이 확실합니다.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동심이 일었지만, 보는 눈들이 총총하여 참았습니다. 하지만 기분은 참 좋습니다. 신발 하나로 이렇게 기분전환이 되다니, 열차를 타고 내려오며 계속 상쾌한 족감足感을 느꼈습니다. 족감은 만족감滿足感의 줄인 말일까요? 인체에서 발 건강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전신 운반 수단이거든요. 아리랑에도 나오지요.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고요. 하하. 어느 때부턴가 구두는 근면의 상징입니다. 철학자 故 안병욱 선생의 수필에서 본 것 같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근면의 구두를 신고. 네, 그렇습니다. 허리띠는 절약의 상징이고요. 예전에 잘살기 운동을 할 때 등장한 표현 같습니다. 말하자면 새마음, 새마을 운동 말입니다. 새마음을 가져야 새마을을 달성할 수 있죠.
발 편한 새 구두를 신으니 앞으로도 부지런히 세상을 돌아다니며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제나 새것은 참 좋은 것입니다. 새마음, 새사람, 새아기, 새집, 새마을, 새 책, 새 도서관, 새 나라, 하하. 그런데 너는 아무래도 새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보아하니 머리카락은 다 빠지고 얼굴은 하회탈 같고. 하지만 마음만은 자신 있습니다. 아직 새마음이라고요. 하하. 2019.4.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