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들목도서관문화학교’를 제1회로 졸업했다. 매주 일요일(하루는 수요일) 2시간씩 4주 동안 총 8시간의 강의를 들었으나 막상 ‘졸업’을 하니 솔직히 마음이 시원섭섭했다. 일요일마다 나오지 않아도 되는 점은 ‘시원’했고, 전문가들의 생생한 좋은 강의를 더 많이 들을 수 없는 점은 ‘섭섭’했다.
처음에 강좌에 참석하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방학 때 그냥 노느니 실무자와 전문가의 말씀을 한마디라도 들어두는 게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이제 4주를 다 듣고 나니 “8시간 동안 어린이도서관에 대하여 정말 많은 지식, 지혜, 감동을 받았음”을 실감했다.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 자기 분야에서 각자가 ‘제1인자’임을 말로서가 아니라 감동으로 전해준 것이다. 체험에서 우러나온 전문가들의 한마디 한 미디는 ‘탁상공론’하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의 정신을 번쩍 번쩍 깨우쳐주는 것 같았다.
첫날의 서울 송곡여고 이덕주 사서교사의 강의는 학교도서관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어떻게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수수께끼나 영화 등 다양한 방법과 미디어를 통해 눈높이를 맞추어가는 자연스러운 ‘교육과정’을 보여주었다. 과연 저런 방법으로 접근하면 우리나라에서도 학교도서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나도 대학의 문헌정보학과 수업에서 저런 방법을 좀 활용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둘째 날 성공회대 교육학과 고병헌 교수의 강의에서는 도서관이 ‘대안교육의 장’으로서 갖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 그 폭과 깊이를 새롭게 확장할 수 있었다. 도서관이 교육의 장이라는 것은 평소부터 알고 있었지만, 문헌정보학 전공자가 아닌 교육학자로부터 도서관의 교육적 역할에 대해 감동적인 ‘절규의 웅변’을 듣고 나니 나 자신의 도서관철학을 앞으로 충분히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왔다.
셋째 날 느티나무도서관 박영숙 관장의 열정적 체험 강의는 지역사회에서 누구든지 뜻과 열정만 있다면 영리사업이든 비영리사업이든 이루어내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과거 ‘새마을운동’처럼 지금 있는 자리에서, 지하 단칸방에라도 도서관을 열고, 살리고, 가꾸면서 아이들에게 사랑으로 다가간다면 그 사랑으로 힘 받은 ‘도서관운동에너지’는 자연스럽게 주민의 생활 속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것임을 보여주었다.
넷째 날 부평 기적의 도서관 최지혜 관장의 강의는 문헌정보학 전공자로서 어린이도서관을 꾸려온 경험을 기적의도서관을 중심으로 조목조목 짚어주었다. 공간은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좋으며, 자료는 어떻게 분류하고 정리하는 것이 좋은지, 프로그램은 어떻게 운영하는지, 사서 및 자원봉사자 관리, 어린이 안전 등에 이르기까지 도서관의 본질에 입각하여 어린이도서관이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전해주었다. 특히 그림책을 음악과 함께 읽어주는 시범을 보일 때, 잔잔한 감동을 ‘먹었다.’ 과연 아동전문사서다운 전문성을 선보였다.
이번 8시간의 강좌의 공통점은 도서관은 아이들의 놀이터이며 집이라는 것, 그러면서도 도식적인 학교가 아니라 자유로운 대화가 있는 즐거운 ‘아카데미’라는 것이다. 사서와 어린이, 어린이와 어린이, 사서와 부모, 부모와 부모가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즐기는 곳, 즐기되 책을 가지고 웃고, 울고, 노래하고, 춤추고, 여행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혼자 ‘씨부렁’거리든, 전문가가 멋지게 읽어주든, 작가가 와서 가르치든, 사서와 한 두 마디 말을 건네든, 그 모두는 자연스러운 문화생활이며 '보이지 않는 교육(invisible education)'인 것이다.
인간의 교육은 긴장감을 주는 공식 교육도 필요하지만, 자유롭게 생각의 날개를 펼 수 있는 이러한 비공식 ‘도서관 아카데미’교육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앞으로 우리 교육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좋은 도서관들이 동네방네에 다 있고, 거기에서 사서다운 사서, 부모다운 부모들이 보이지 않은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에 도서관의 본질을 아는 교육책임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2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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