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림사지 5층 석탑
국립부여박물관을 구경하며 화려한 백제문화에 경탄합니다. 주얼리 디자인에서 독 널에 이르기 까지 섬세하고 담대한 백제 선배님들의 기상이 느껴집니다. 전시도 보기 좋게 아주 잘 해놓았네요. 하지만 직원들의 친절은 별로별로, 하하. 도록은 견본이 영문판과 중국어판 밖에 없는데 구불구불 쭈그러져 있어 펴보기도 싫었어요. 판매대에는 한국어판 도록이 비닐에 싸여 있어 펴보지도 못하게 되어 있네요. 왜 책을 이렇게 펴볼 수 없도록 했는지? 보기만 하고 안 살까봐? 책은 만인을 위한 것이라는데, 하기야 도서관에서도 귀중본은 만인에게 개방하지 않지. 하하. 그래도 도록을 안 살 수는 없습니다. 너의 역사적 취미니까요. 너는 도록박물관도서관을 지향하고 있죠. 세계 박물관들의 도록을 많이 모아 놓으면 박물관도서관이 될 겁니다.
이어서 인근에 있는 정림사지에 갔습니다. 드넓은 평원에 커다란 석탑이 멋져 보입니다. 어느 젊은 여관광객도 “와 탑 멋지다.”하고 감탄하네요. 교과서에서 보던 것과는 웅장함이 영 다르죠. 그런데 또 화장을 하라는 바이오명령이 내려옵니다. 아이 참, 내장 파이프라인을 엉거주춤하게 유지하며 서둘러 갑니다. 이번에도 휴지가 없는데 어쩌나 걱정하며 나 홀로 다방에 들어가니 다행히 화장지가 비치되어 있네요. “화장지 두면 비데 두고 싶다”는 새 옛말이 떠오르네요. 하하. 바이오 결재를 받고 다시 5층탑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 탑 뒤 절처럼 지어놓은 건물 속에는 석불이 있습니다. 아, 목탁을 가져오는 건대. 이럴 때 목탁을 치며 반야심경을 독송하면 딱 좋을 텐데, 하며 마음속으로만 목탁을 쳐봅니다. 이 넓은 절터에 정림사를 복원하면 참 좋을 텐데. 백과사전에서 정림사지를 찾아보니 이렇게 나오네요.
정림사지
사적 제301호. 1942년 발굴조사 때 강당지에서 "太平八年戊辰定林寺大藏當草"라는 명문이 새겨진 기와가 발견되어 중건 당시 절 이름이 定林寺정림사였고 1028년(현종 19)에 중건되었음이 밝혀졌다. 1979~84년에 걸친 대대적인 발굴조사에 의해서 절터가 중문·석탑·금당·강당이 남북선상에 일렬로 배치되고 그 주위를 회랑으로 두른 전형적인 백제식 가람배치인 남북일탑식임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회랑지 서남 모서리에서 다량의 기와편, 납석제삼존불상, 소조불, 북위시대의 도용과 관련을 보이는 도용의 파편 등이 발견되었다. 현재 절터에는 정림사지5층석탑(국보 제9호)과 정림사지석불좌상(보물 제108호)이 남아 있다.
13시 정림사지에서 나와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 청국장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아주머니 음식 솜씨가 맛 지네요. 이렇게 맛있는 청국장 처음 먹어본다고 칭찬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처음엔 무뚝뚝한 그 아주머니도 웃지 않을 수 없나봅니다. 네가 그 충청도 아줌마에게 웃음을 공양한 셈인가요? 하하. 이제 능산리 고분군으로 갑니다. 2018.5.4.(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