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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두루미의 상차림

두루미의 상차림

 

너는 두루미를 닮지 않았다. 하지만 두루미를 좋아하는 편이다. 두루 아름답다는 의미 같아서, 그래서 그런 의미라고 너대로 정의해 둔다. 두루미는 특유의 긴 부리로 깊은 물속의 고기를 잡을 수 있고, 공기 저항을 덜 받으면서 하늘을 날 수 있을 것 같다. 이솝우화에서처럼 긴병에 담긴 음식을 꺼내 먹을 수도 있을 거고.

 

너는 오래 전 판매용 누룽지가 나오고 나서 누룽지를 사다가 아침식사로 숭늉을 만들어 먹는다. 처음에는 냄비에 물과 누룽지를 동시에 넣고 팔팔 끓여서 먹었지만 이제는 꾀가 나서 더 간편하게 요리한다. 먼저 커피포트에 물을 끓인 다음 누룽지를 부수어 보온병에 넣고 끓는 물을 부어 마개를 단단히 닫아두었다가 5분 후에 긴 나무 숟가락으로 건져 먹는다. 아니 10분 후에 먹으면 쌀알이 더 부드럽다. 반찬은 마른 김 아니면 자른 미역.

 

오늘 아침에도 그렇게 누룽지를 해먹으며 두루미를 생각했다. 이런 게 바로 두루미의 상차림이라고. 하하.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작성된다. 먹기에 간편하고 맛도 구수하고, 설거지 할 것도 별로 없고, 정말 금상첨화錦上添花. 하하. 그러면서 내일부터 시작되는 긴 설 연휴 걱정도 덜었다. 아들 집에 가서 하루 밤 자고 올 것이니 하루는 걱정이 없고, 연휴에 식당들이 문을 닫아도 보온병과 누룽지, , 미역이 있으니 무엇이 걱정인가? 그러고 보니 미역도 너의 식탁에 아름다운 역할을 할 것 같지? 미역美役. 하하. 2018.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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