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강의를 앞두고 떨던 너에게
마누라가 해준 말은 “그냥 막 지껄이세요.”였다. 그런데 그 말이 의외로 용기를 주는 것 같았다. 공부한 바탕이 있을 테니 그냥 자연스럽게 말하면 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하하. 과연 그럴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강의안을 세밀하게 준비하여 몇 번이고 읽어보고 거울을 보고도 읽어보고..., 1996년 3월 7일(목) 처음으로 성균관대 강단에 섰다. 다리는 떨렸지만 준비한 대로 80분을 지껄일 수 있었던 것 같다. 하하.
오늘 다음 달에 출간 예정인 너의 책 “너의 일성록”에 그림을 그려주기로 한 중학생이 밴드에 무지개 그림을 올리며 댓글로 의견을 달라고 했다. 그 학생 그림 솜씨는 네가 보기에는 수준급이다. 그런데 출판되는 책에 넣겠다고 하니 신경이 좀 쓰이는 모양이었다.
너는 댓글에서 무지개가 저녁때 떴으니 혹시 저녁때라는 걸 좀 부각할 수 있을까요? 라고 했다가 1분 후 다시 2차 댓글을 달았다. 물어보면 헛갈리니 그냥 화가님 붓 가는대로 그려주세요 했다. 이런 댓글을 달고 나니 예전 마누라의 그 말이 떠올랐다. 하하. 2018. 2. 1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