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예술
어제(12.9)부터 오늘(12.10)까지 강원도 원주 참나무 골(오크밸리oak valley) 스키장 콘도에서 열린 총동문회 연말 모임에 다녀왔다. 너는 스키를 안 배워 타지 못한다. 그런데 콘도 베란다 커튼을 여니 스키장을 활강(滑降)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스릴이 넘치는 것 같았다. 설산의 비탈을 내려오는 멋진 모습들, 얼마나 경쾌할까, 저들의 젊음과 레포츠 기술이 은근 부럽다.
동문회는 어제 저녁 6시부터 시작해 9시까지 공식행사와 유흥으로 이어졌다. 너는 언제나 그러하듯 꿀 먹지 않은 벙어리처럼 동문들과 조금씩 대화만 나누다가 끝날 무렵에야 노래를 신청하여 불러보았다. 별 반응은 없었다. 옛날 노래라 그렇겠지. 하하. 9시 30분에 콘도 한 집에 네 명씩 들어가 술 마시고 담소하다 곤한 잠에 빠졌다.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눈이 제법 와 있고 스키 마니아들은 새벽에도 스키를 즐기고 있었다. 하하, 저러니 스키선수가 나올 수밖에 없겠다 싶다.
오늘은 동문회 일행과 따로 놀았다. 콘도에서 황태해장국으로 좋은 아침식사를 하고 동문들에게 작별인사를 한 다음 차에 쌓인 눈을 장갑 손으로 밀어내고 시동을 걸었다. 길에 눈이 있었지만 날이 푹해 녹고 있어 차를 모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군데군데 눈이 녹지 않아 기아를 2단에 넣고 서행했다. 목적지는 원주 한지 테마파크, 동문회에서는 박경리 문학관을 간다는데 그곳은 전에 가보았기에 너는 원주 한지의 역사와 현황을 좀 살펴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인터넷 내비의 안내에 따라 10시 10분 경 눈 쌓인 원주 한지 테마파크 마당에 도착했다. 춥고 쓸쓸해 보이는 건물, 현관으로 들어서니 안내원이 있었다. 입장 요금을 물으니 무료라고 했다. 아까 동문들은 입장료가 2만 원 정도로 비싸다고 했는데, 뭔가 달라졌나 보다. 무료라니 내심 반갑다. 전시장에서는 한지의 역사를 소상하게 볼 수 있었다. 한지로 만든 예전의 생활물품들도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사진을 찍으며 감상을 한 다음 현관에 있는 기념품점에 들어가 전시도록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도록이 있기는 있었다. 그러나 한지의 역사를 담은 도록이 아니었다. 그래서 점원에게 물어보니 일단 역사도록은 없다고 하면서도 여기저기 전화해서 한지의 역사 정보를 알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도슨트(docent)는 덤덤한데 점원이 도슨트 보다 훨씬 친절했다. 하하. 그래서 정보봉사의 전문성은 지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성 그리고 친절에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한지는 문화이고 예술이다. 이번 체험을 문헌학 책을 쓸 때 좀 써먹어야겠다. 예전에 어머니께서 코스모스 꽃잎을 창호지에 붙이고 투명하게 배접해 방문을 예쁘게 치장하셨던 기억이 새롭다. 매점에서 한참동안 한지로 만든 상품들을 구경했다. 한지로 된 스탠드 등이 탐이 났지만 너무 비쌌다. 물건들이 다 비싸서 몇 바퀴 돌며 구경만 하다가 한지 섬유가 들어간 예쁜 아기 포대기를 하나 샀다. 이번 금요일 아들 며느리 손주를 보러갈 때 선물로 들고 가려 한다. 하하. 2017. 12.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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