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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수원화성박물관 여행

수원화성박물관 여행

 

오늘은 수원화성에 가보기로 했다. 화성 팔달산을 등반할 생각은 없다. 수원화성박물관, 팔달문, 성곽 등 주요 포인트만 볼 생각이다.

 

거긴 또 뭐 하러 가냐고요? , , 오늘도 인생살이 정다움을 좀 느껴보려고요. 멍 하니 집에만 있으면 뭐해요. , 할 일은 많아요. 하지만 추석 연휴가 너무 길어 밀린 중간고사 채점과 리포트 평가확인은 하루만 바짝하면 될 것 같아 오늘도 여유를 좀 즐기려는 거죠. 하하. 어제 밤에 수원화성박물관 가는 길 대중교통편은 검색해 놓았지요. 3호선 양재역에서 신분당선 갈아타고 종점 광교 역에서 내려 경기대 후문 4거리 버스 정류장에서 400번 버스 타면 된다고 하네요. 하하.

 

그런데 팔달이란 이름은 누가 지었을까? 四通八達의 팔달인가? 불교의 팔정도, 팔모정 냄새도 좀 나는 것 같은데, 그 유래를 찾아보아야겠다.

 

다음백과 대한민국 구석구석에는 이렇게 나온다.

팔달산(八達山)은 해발 128m의 아담한 산으로 광교산 남쪽에 위치한 탑 모양의 산이라 해서 옛 이름은 남탑산이다. 현재의 이름은 태조 이성계와 관련이 있다. 남탑산 기슭에 은둔한 한림학사 이고에게 태조가 벼슬을 내렸으나 이고는 산의 아름다움을 말하며 사양했다고 한다. 궁금해진 태조가 화공을 시켜 남탑산의 풍광을 그려오게 해 보고는 역시 아름답고 사통팔달한 산이라고 해 팔달산이라 명명했다. 이하 생략.

 

하하. 필달은 이성계가 지은 이름이네. 불교와는 별 관계가 없군. 하지만 이성계가 무학대사를 극진하게 대했다니 정황으로 보아 불교의 영향을 받긴 받았을 것 같네. 그래서 불교의 영향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문헌상으로 증명할 수 없으니 그냥 위의 백과사전 설명에서 더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냉장고 문을 여니 두유와 마트커피가 있다. 두유는 일전에 산 것이고 마트 커피는 학기 초에 학교에서 받은 것이지. 두유와 커피를 꺼내고 물티슈, 우산, <지리의 힘>을 가방에 넣었다. 옷은 일전에 손빨래 해둔 간이 등산복, 출발 직전 너의 도서관에서 인증사진을 찍었다. 오늘도 안전하게 다녀오겠습니다. 혼자 너에게 고한다.

 

경찰병원 역으로 걸어가며 커피를 다 마셔버렸다. 커피의 청량감이 금세 피부로 다가온다. 11시 반에 3호선 열차를 탔다. 객실이 텅 비어 있어 편안하게 1.5인분으로 앉아 메모지를 꺼내 메모를 시작했다. 네가 이러려고 열차를 탔나, 하하. 대청역에 이르니 사람들이 많이 타네. 그런데 어떤 부부로 보이는 중년 남녀가 같이 타더니 자리에 앉자마자 여성이 남성의 옷깃을 다독여 주네. 집에서도 저럴까. 아마 그러겠지. 그런데 유독 여성분들은 거리에 나오면 남이 보란 듯이 남편이나 애인의 티클, 눈곱, 비듬 이런 걸 띠어주고 털어주는 것 같네. 하하. 너는 스스로 다 하는데. 그런데 하나도 부럽지는 않네그려.

 

남을 신경 쓰지 않기로 눈과 생각을 돌렸다. 다시 땅이름 생각이다. 지구상에 다니면서 지명의 유래를 알아보는 것도 참 재미있다. 송파는 왜 송파인지, 문정동은 왜 문정동인지, 수원은 왜 수원인지, 그 작명 동기를 알아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지명은 그 지역의 인문 지리적 특성을 일부나마 포함하고 있거든. 물론 인간이 인간중심적으로 땅이름을 짓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동물이 짓지는 않으니까 할 수 없지 뭐. 동물들은 자기들 이름도 짓지 않아서 사람들이 멋대로 지어버리지. , , , 돼지, 오소리, 펭귄, 하하 자기들이 지으면 더 고상하고 예쁘게 짓지 않을까?

 

그런데 사람들은 이름들을 짓되 그 이유 또는 유래를 상세히 기록해 두지 않아 후손들이 알기가 어렵다니까. 구전으로 전설로 전해오다가 세월이 지나면 가감되거나 엉뚱하게 추정되기도 하지. 자네가 태어난 동네가 계룡산 신도안 인데 그 명칭이 이성계가 도읍을 정하려고 했다는 데서 유래한다는데 그 한자글자를 두고 아직 설들이 많거든. 어떤 이는 新都에다가 순 우리말 을 넣은 것이라 하고, 이것은 일제 때 新都內라고 한 것과 의미적으로 일치한다고 하는 데, 너의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新都를 만들고자 한 方案이라는 뜻으로 해석하여 新都案이 맞는다고 주장하고 계시지. 이는 이성계에게 물어보지 않는 한 알 길이 없을 것 같아. 문헌기록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니. 혹시 태조실록에 없을까? 하하.

 

양재역에서 신분당선 열차로 갈아탔다. 종착역인 광교 역까지 갈 것이다. 역시 자리가 넉넉해 앉아 메모를 계속할 수 있다. 인생길, 그 길이 멋지기를 바라며, 지금 너는 너의 인생길, 그 길을 가고 있다. 빚 없는 인생이 되고 싶다. 마음의 빚도 물질의 빚도 없는 홀가분한 인생이고 싶다. 법정스님처럼 모든 빚을 갚고, 후세에 좋은 공덕을 남기며 그렇게 자유로운 여생을 살고 싶다. 법정스님은 본인이 쓴 책들마저 말빚을 남기지 않겠노라고 더 이상 출판하지 말라하셨다는데 너는 이에 대해서만큼은 전에도 이의를 제기한 바 있고, 지금도 같은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그 주옥같은 말씀들을 말빚이라 한다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글들은 그럼 무엇이란 말인가? 좋은 글, 좋은 책, 그 기준이 모호하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글은 영혼의 빛으로 남아 세상에 광명을 비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좋은 책들이 쌓이고 쌓여 우리 새로운 삶에 레퍼런스를 주고 있으니 책이 얼마나 소중한가. 그래서 너는 책을 버리지 못하며, 또 마음 놓고 너의 생각과 느낌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의 분노는 절대 쓰지 않기로 한다. 정의로운 분노도 있다지만 대개 분노는 분노를 낳는다. 그래서 성현들은 모든 걸 다 용서하라 했다. 공자도, 석가도, 예수도 다 사랑하고 용서하라 했지.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마호메트는 모르겠다. 최근 코란을 샀지만 아직 이슬람은 잘 모르니. 그런데 분노하는 작금의 세상, 세계의 정치인들은 분노에 분노하고, 복수에 복수를 하고 있으니 이 분노의 세계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진시황은 법치라는 미명하에 독재를 일삼다가 십리도 못가서 망했다지. 그의 무덤이 웅장, 화려하고 도자기 병사가 많은들 그게 무슨 영광일까?

 

열차 내부를 바라보니 참 깨끗하다. 신분당선이라 열차도 신차인가보다. 판교에 이르니 사람들이 제법 많이 내리고 탄다. 판교는 또 무슨 뜻인지, 나중에 찾아봐야지. 광교 역 까지는 일곱 정거장이 남아있다. 역과 열차내의 모든 안내가 전광판으로 현출되고 있어 실 시간적이다. 그런데 종착역 광교에 이르니 열차 안에 사람이 없다. 다른 칸을 바라봐도 사람이 별로 없네. 연휴라서 그런가. 내리면 시내버스는 있으려나? 사람들이 너무 없으니 약간 무섭기 까지 한데, 열차에서 내려 화장실장 결재를 받은 다음 경기대 후문 4거리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역시 사람이 별로 없는데, 10분 후에 400번 버스가 왔다.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지나니 팔달구청과 수원화성박물관이 나왔다.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다소 박물 냄새가 났다. 추석연휴라서 무료라는데 여기도 공짜라 그런지 직원도 없고 서비스도 없다. 그냥 문만 열어 놓았을 뿐. 사방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었다. 유리 상자 안에 책이 많았다. 만져볼 수도 읽어볼 수도 없는 고서들, 정말 전시효과뿐이다. 예전에 저런 책이 있었다, 그 정도. 안내원에게 도록이 있느냐고 물으니 견본용 도록을 꺼내 성의 없게 건네준다. 한참 책장을 넘기다가 판매용도록이 있느냐고 물으니 그제야 반색을 하며 새 책을 꺼내준다. 도록을 샀다. 다른 사람들도 도록을 살까? 아마 가뭄에 콩 나듯 사기는 사겠지. 고전은 늘 새롭게 태어나야 하는데, 고전을 새롭게 할 책임은 학자들에게 있는데, 학자들은 뜻이 있어도 먹고살기가 어려워 돈 안 되는 고전현대화작업을 하지 못하고, 국가기관인 고전번역원에만 미뤄놓고 있으니 참 딱한 노릇 아닌가? 멋지게 현대어로 패러프레이즈 되어 도서관에 있어야 할 저 고전들이 전시 보존 박물로만 잠자고 있으니 너 혼자 참 안타까울 뿐이다.

 

박물관을 나와 팔달문을 향해 걸었다. 예전에 다녀본 시가지라 낯이 설지는 않다. 팔달문은 로터리 한 가운데 있어 들어가 볼 수가 없다. 문은 굳게 닫혀 있다. 130, 배가 고파오는데 인근에 롯데리아가 보인다. 햄버거 세트를 사 먹었다. 값은 32백 원. 전국 표준 값이다. 감자튀김을 먼저 먹고 간간이 사이다를 마셨다. 늘 하던 대로 햄버거에서는 고기와 야채만 골라 먹었다. 건강관리를 위해서. 하하. 곧 이어 인근 팔달사에 가 보았다. 절 입구엔 전통사찰이라고 써 놓았는데 전통사찰처럼 보이지 않았다. 인터넷에서도 1900년대 초에 창건했다는 설명을 보았었다. 시내에 있어 산사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 불교대학도 없고 학문승도 안 계시는 듯, 아마 기도중심 도량인가보다. 용왕을 모신 우물과 석조물이 있었다. 아마 정통 불교보다는 토속 신앙을 많이 가미한 기복중심의 절 같기도 하다.

 

절에서 나와 가파른 계단을 올라갔다. 전에도 와본 아스팔트 숲길, 이어지는 성곽 길을 계속 걸었다. 숲길이지만 걸으니 등골에 땀이 솟는다. 덥다. 성곽을 따라 약 2킬로미터 정도 걸었을까. 북문으로 내려오니 휴게소 매점이 있다. 커피를 한잔 빼 마시고 잠시 쉬다가 버스정류장으로 오니 한옥기술전시관이 있다. 여기 역시 무료관람인데 안내서도 서비스도 없다. 멍한 아줌마 한분이 마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철 역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버스는 시내를 돌고 돌아 청명 역, 미리 종을 누르고 내리려는데 기사가 그냥 가고 있다. “내려요.” 하고 소리를 질렀다. 4명이 내렸는데 그 기사 아저씨 잠시 한눈을 판 모양이다. 청명 역에서 분당선 열차를 탔다. 경로석에 앉아 몇 정거장을 오는데 너보다 더 심한 노인이 탔다. 얼른 자리를 내어주고 이동하여 손잡이를 잡고 서니 바로 앞 아가씨가 일어서며 자리를 내어준다. 괜찮다고 하니 바로 내린다고 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앉았는데 다음 역에 이르니 옆자리 승객이 내린다. 눈빛으로 그 자리에 앉으라는 신호를 보내니 그 아가씨는 미소를 띠며 앉았다. 그런데 그 아가씨는 모란역에 가서야 내린다. 바로 내리지 않으면서 바로 내린다며 너에게 자리를 내어준 그 인심, 예전엔 흔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드문 일이다. 속으로 칭찬을 해 주었다. 너는 수원화성박물관 도록을 보다가 가져간 책을 읽다가 졸다가. 하하. 복정역에서 8호선으로 갈아타고 문정역에 내렸다. 5시가 좀 넘었다. 집에 들어와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다가 630분 쯤 아침에 해둔 잡곡밥에 김과 김장김치를 곁들여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다. 하하. 오늘도 세상과 정답게 살았네. 2017. 10. 5().

정조의 그림이라는데 그리 잘 그린 것 같지는 않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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