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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쇠고기 배추국

쇠고기 배추국

엊그제 먹는 이야기를 썼는데 오늘 또 쓰고 싶다. 네 마음이니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다. 너는 어제 소고기 국거리를 조금 사왔다. 배추도 한포기 사왔고, 그래서 오늘 자루달린 냄비에 배추를 손으로 뚝뚝 떼어 넣고, 소고기를 넣고, 양파와 마늘을 넣고, 된장을 한 술 넣고, 조미료를 조금 뿌리고, 부탄가스레인지에 불을 켰다. 재료를 넣는 순서는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다. 요리에는 순서가 있다고 들었지만 그 순서(sequence)는 요리학원에 다니지 않아 알지 못한다. 한편 너의 도서관엔 도시가스 시설이 없어 휴대용 가스레인지 부탄가스를 사용하는데, 부탄이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라고 연상하니 그 부탄이 그 부탄은 아니어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웃으면 복이 와요. 하하.

여성음성 전기밥솥이 맛있는 현미 대추 마늘 밥을 짓는 동안 너는 다소 시간 여유가 생겼다. 그 시간에 섭씨 30가을여름에 외출하여 땀에 젖은 네 몸(body)을 목욕재계(沐浴齋戒)했다. 기분이 더 좋아진다. 사실 너는 대림에서 수업을 마치고, 아침에 출근하다 펑크가 나서 카센터에 맡긴 소나타를 찾아 왔다. 그래서 좀 지친 상태로 집에 막 들어왔을 때는 밥을 하기가 싫었었다. 그런데 금년 건강검진 결과 대사증후군이 약간 있으니 관리를 하라는 의사의 지시가 떠올랐다. 그러는 사이 어떤 도서관 지인으로부터 전화기 왔다. 11월 중에 세계 도서관의 역사를 강의해달라는 요청이다. 순간 삶의 의욕이 솟았다. 그래서 귀찮지만 밥을 해먹기로 결심하고 지금 실천중이다. , 맛있는 밥 냄새, 쇠고기 배추 국 냄새, 이제 밥을 먹어야겠다.

김치냉장고를 식탁삼아 고추절임장아찌와 누이가 만들어 물려주신 삼채김치, 새싹야채, 양파, 오이를 꺼내고, 국과 밥을 퍼놓고, 속옷 바람으로 서서 홀로 만찬을 즐긴다. 대화의 상대는 연합뉴스 TV. 하하. 다 이렇게 먹고사는 거다. 식사 후, 세상은 좁아도 할 일은 많다. 우선 내일 강의준비를 해야 하고, 여력이 있으면 번역을 해야 한다. 그런데 피곤이 몰려온다. 점심이 아니라도 식곤증은 있나보다.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스르르, 옆으로 넘어질 뻔 했다. 안 되겠다. 잠시 너의 좌골신경통을 치료해준 고마운 방바닥에 누워 꿀잠을 잤다. 저녁 9시경 일어나 다시 할 일을 좀 해본다. 그러면서 이런 게 저녁이 있는 삶이지, 하며 네 생각을 어느 정치인의 생각에 꿰어 맞춘다. 사실 누구에게나 저녁은 있다. 그러나 그 정치인이 의미를 부여한 행복한 저녁은 스스로 만들어야 있다. 타율로는 자신의 행복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쳐간다. 그래, 행복한 밤 만드시게. (2016.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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