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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규장각 금요강좌

규장각 금요강좌

2016년 9월 9일 불금의 아침, 서울대 규장각으로 향했다. 9월 9일은 9자가 귀처럼 생겨 귀의 날이라고도 한다. 귀, 귀는 참 진귀한 몸의 창문이다. 가는 귀라도 먹어보라. 얼마나 불편한지. 보청기를 귀에 꽂는다 해도 손상된 청각기능을 완벽하게 복원할 수는 없다고 들었다. 그러고 보면 이목구비(耳目口鼻) 소통이 잘 되는 게 얼마나 복된 일인지.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서는 매 학기, 매 금요일 마다 의미 있는 역사 강의를 개설, 시민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그러나 수강을 하려면 사전에 등록하여 승인을 얻어야 한다. 등록비는 2만원이다. 이 강좌는 인근 관악구청의 예산지원을 받는 학관 협력 사업이라 한다. 수강 대상은 제한이 없지만 주로 나 같은 실버들, 은퇴자들이 많다. 그러나 수강생 중에는 상당한 실력자도 더러 있는 것 같다.

이번 학기 강좌 주제는 “조선의 기술문화와 규장각”이다. 조선시대 과학기술 역사를 짚어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강의시간은 1회에 2시간 30분, 3학점짜리에 해당하는 셈이지만 학점제는 아니다. 좀 군더더기 같은 개강식이 끝나고 첫 강의가 시작되었다. 서울대 국사학과 문중량 교수가 “동서양의 기술관”이라는 제목으로 첫 강의를 했다. 그분의 이름답게 중량감이 느껴졌다. 기본적으로 다 알 것 같지만 정확하지 않은 지식들을 정확하게 짚어주는 강의였다. 강의에서 말끝마다 끝말을 반복하는 등 옥에 티도 있었지만 나의 강의를 반추해보며 내가 시정해야 할 강의태도를 체크해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딱딱한 내용을 3시간 동안 자료중심으로 진행하는 강의는 학생들에게 지루함을 안겨준다. 그래서 나는 나의 개인적 경험이나 느낌, 그러고 아재개그를 섞는 편인데, 그 교수님은 콘텐츠에 충실한 편이었다. 그래도 나에게는 매우 유익했다. 그러면서 반성도 했다. 나는 콘텐츠에도 충실하고 재미도 있는 그런 강의를 해야겠다는 생각, 습관이 들어 잘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노력은 해봐야지. 남의 흉 보거라 말고 제 허물 고치도록! 2016. 9.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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