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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초가을의 커피

초가을의 커피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커피경력 36년, 직장에 들어가고부터 아침마다 타이피스트 여직원이 커피 한잔과 유리재떨이를 대령하여 매우 미안함을 느끼면서 의무적으로 커피를 먹기 시작했다. 담배도 한 달 정도 피워보았다. 그러나 담배는 영 맞지 않아 중단하고 커피는 계속 마시게 되었다. 독특한 향기와 달콤한 맛, 아침 졸음을 깨워주는 개운함 까지 나는 커피 맛에 매료되었었다. 그래서 그 습관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오늘도 초등 동창과 믹스 커피를 한잔 했다. 예전부터 길들여진 믹스 커피다. 스타박스 같은 카페에서 파는 쓰고 비싼 커피는 나에게 맞지 않다. 맛도 습관이라 예전에 먹던 맛이 아니면 거부한다. 예를 들어 나는 삭은 홍어는 못 먹는다. 예전에 그런 삭은 걸 먹어보지 않아 거부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우젓이나 명란젓 등 젓갈류는 삭은 음식이라도 예전부터 먹어서 그런지 거부감이 없다. 사람은 참 묘한 동물이다. 나는 짭짤한 새우 젓 한 수저만 있으면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어치울 수 있다.

초가을인데도 더위가 지속되어 그런지 이제 커피를 마셔도 몸이 늘어진다. 커피를 마시면 몸이 더 나른해지는 것 같은 명현반응도 나타나고, 밤엔 숙면에 들지 못해 자주 잠이 깨기도 한다. 그래서 이제 커피를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또 습관적으로 먹게 되는 커피, 이래서 습관은 중단하기가 어려운가보다. 좋은 버릇은 이어가는 게 좋지만, 좋지 않은 버릇은 중단하는 게 좋은데, 10여 년 전에도 나는 “커피 임상실험 30년”이라는 수필을 쓰고, 커피를 줄이려 했었는데, 오늘도 커피를 마시고 이 글을 쓴다. 하루 한잔은 약이라니까. 2016.9.10(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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