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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컬럼

화가들의 머릿속

2016. 6. 21(화)

화가들의 머릿속

예나 지금이나 화가들의 상상력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사실화는 상상력이 덜 들어가지만 사실화도 사실 그대로 그리면 멋없는 그림이라고 한다. 사실화라도 작가의 상상력과 독특한 표현 기법이 들어가야 좋은 그림이란다. 사실을 그대로 그리려면 사진을 찍는 편이 낫다. 사진이 작품이 되려면 어떤 촬영이나 표현의 묘법이 들어가야 한다. 아무나 자동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작품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사진술, 사진학과가 존재하는 이유다.

그림을 이제 겨우 한 학기 배웠으면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주제넘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요즘 미술관 박물관을 돌아다니다보니 화가들의 상상력이 눈에 좀 보이는 것 같아 약간의 희열을 느낀다. 이렇게 계속 돌아다니며 그림을 바라보다보면 나도 언젠가는 그림을 볼 줄 알고 그릴 줄 아는 시기가 올 것 같다는 희망을 갖는다.

이중섭의 그림은 추상화에 가까운데 인간의 본성, 가족사랑, 그리고 소, 물고기, 게 등 다른 생명과의 훈훈한 상생의 관계를 표현하고 있어 생명의 희열과 감동을 준다. 특히 남자 어린이를 그린 그림에서는 반드시 고추를 그려놓아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나는 이중섭 그림속의 그 단순한 어린 고추를 ‘착한 고추’라고 부르고 싶다.

 단원 김홍도의 그림 역시 해학과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산수화에서 산과 나무, 계곡의 물, 그리고 빨래하는 여인들, 그 여인들의 모습을 숨어서 엿보고 있는응큼한 남정네의 모습을 보면 정말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시대에도 누드를 그렸다는 사실이다. 단독 누드는 아니라도 인간의 본성을 표현하거나 남녀의 사랑을 표현할 때는 누드가 등장한다. 신윤복도 김홍도도 춘화를 남겼다는 사실은 십여 년 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가서 알았다. 그때 나는 같이 간 사람들이 보기 민망해서 점잖은 척하며 전시관을 빨리 돌아 나왔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니 예술이라는 눈으로 보면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그랬다. 화가들은 당시의 성 풍속을 상상력을 발휘하여 해학적으로 그려놓았다.

예술작품에 성과 누드를 빼면 그림이든 문학이든 별로 재미가 없다는 것을 예술가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화가도 문학가도 인간이기에, 인간의 본성을 느끼고 알기에, 고뇌하고, 상상하고, 그림과 글로서, 때로는 철학적으로, 때로는 감성적으로, 때로는 해학적으로 그렇게 절묘하게 표현함으로써 인간이 무엇이고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예술은 인문학이다.

도서관은 그림과 글을 다 담고 있고, 담아야 한다. 그래야 도서관이라는 이름에 맞다. 도서관은 인문학의 보고요, 인문학 소통의 플랫폼이다. 사서들이 인문과 예술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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