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컬럼/수필

문자도 책거리 전시회

2016. 6. 11(토)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의 문자도  책거리 전시회에 가보았다. 책을 소재로 한 옛 사람들의 멋진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예전에도 어쩜 저렇게 멋진 그림을 그려 생활 속에 가까이 둘러두고 몸과 마음을 다스렸는지, 경탄이 절로 나왔다. 조선의 르네상스는 정조 시대에 절정에 달했다고 한다. 정조는 1752년생이니 나보다 꼭 200년 먼저 태어나셨다. 그리고 49세에 일생을 마감하신 단명한 임금이었다. 어릴 때 불운의 가족사에도 불구하고 모든 걸 극복하고 이룩하신 그 분의 문예부흥은 정말 위대하다. 어릴 때부터 학문을 좋아하여 일찍이 동양학의 대가가 되었고, 군주가 되고나서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신하들을 가르친 위대한 학자이자 교육자였다. 정약용 같은 위대한 학자를 길러낸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학생들의 시험답안을 채점할 때는 점수를 짜게 주어 후학들에게 끊임없이 경각심을 보냈다. 홍제전서를 비롯한 수백 권의 저서는 그의 짧은 수명에 비하면 너무나 방대한 것이다. 그런데 또 저런 예술품까지 융성하게 하시다니...

 

나이 65세에 이르기 까지 겨우 14권밖에, 그것도 허접한 책 밖에 쓰지 못한 나는 한낱 피라미일 뿐이다. 관람을 하는 동안 만감이 교차했다. 진작 깨닫고 열심히 공부했어야 했는데, 벌써 노인 줄에 들었으니 나는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위대한 스승을 만나지 못한 것도 나의 팔자일까? 전생의 업 때문일까? 책거리 그림을 보며 나는 가슴 속 깊이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이제 때는 늦었어도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쓰고, 역사도 공부하고, 동양학도 공부하고, 영어도 공부해서 아름답게 생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이 무겁게 내 가슴을 짓눌렀다. 사진을 못 찍게 하여 도판을 샀다. 내일이 내 음력 생일이라고 아들 며느리가 저녁에 찾아와 속으로 울고 있는 나를 달래주었다. 삼계탕을 사주고, 케이크를 사와 촛불을 켜놓고 노래도 불러주고, 신사임당이 있는 지폐를 몇 장이나 주고 간다. 나는 또 울었다.

 

 

 

 

 

'수필/컬럼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우와 신포도의 또 다른 교훈  (0) 2016.06.13
아이디어  (0) 2016.06.12
그리운 대화님  (0) 2016.06.11
글은 사람을 닮는다  (0) 2016.06.06
소설정의  (0) 2016.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