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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컬럼/수필

매미승


매미승의 독경소리

요즘 매미들이 제철을 만났다. 매미의 종류마다 그들 나름의 언어로 존재를 알린다. 매미송을 듣고 있자면 마치 스님들이 독경을 하는 것만 같다.

어떤 매미는 일투에 일투에를 반복하다가 일텔텔텔텔-- 가파르게 속력을 내고 마무리한다.

어떤 매미는 쓰을 쓰을 쓰을 쓰을을 계속한다.

또 어떤 매미는 후루루루 오씨오씨오씨오씨 후루루루 오씨오씨오씨오씨 후루루루 오씨 후후루루 오씨 후루루루루리리리리리로로 쓰이소 쓰이소 쓰으으으으 하고 기승전결을 갖춘다.

매미라는 이름을 만든 대표 매미. 그녀(매미의 수컷은 벙어리?)는 카랑카랑한 목청으로 맴 맴 맴 맴 메---- 맴 맴 맴 맴 맴 메---- 하고 서서히 독송을 시작하여 맴 맴 맴 맴 맴 맴 맴 맴 메---- 맴 맴 맴 맴 맴 맴 맴 맴 메---- 하고 속도를 내다가 결국 맴--- 하고 서론, 본론, 결론을 갖추어 멋지게 마무리한다.

각기 목청은 다르지만 매미들은 저마다 ‘진리’라고 생각하는 독경을 반복하다가 숲에서 자연스럽게 그들 생을 마감한다.

매미들이 종교적 성향이 있는 것은 아닐까? 경전의 독송은 반복 구절이 많은데 매미의 노래 또한 거의 반복이니. 매미들은 마치 법정스님처럼 무소유를 절규하는 것만 같다. 순 진짜 참이슬로 목을 축이며, 육식도 채식도 마다하고, 단 한간의 집도 없이 나무에서 독경하다 나무아미타불하며 홀가분하게 세상을 날아가는 매미승...

종교를 말하면서 탐욕하고, 진리를 말하면서 위선하는 우리 인간들이 매미보다 근본적으로 나은 게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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