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인을 보이는 곳에 날인하지 말라.(책의 천, 지, 인 중 ‘지’에만 날인)
장서인은 도서관의 소장 자료임을 나타내는 도장이다. 개인들은 서점에서 책을 사면 책의 적절한 여백에 소속과 이름을 써서 자기 소유라는 것을 나타낸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아예 책의 뒤표지에 이름 쓰는 난이 마련되어 있다. 책의 소유자를 기록하여 둠으로써 책의 분실을 예방하고, 분실 되었을 때 소유자를 쉽게 식별하기 위한 일종의 소유자 확인 방법이다. 도서관이나 개인이나 자기 소유의 책을 잘 보유하기 위한 하나의 예방책을 쓰는 것이다.
도서관의 장서인(藏書印)은 보통 사각형 붉은색의 큰 도장으로서 책의 안쪽 표제지에 날인한다. 그리고 이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비인(秘印), 측인(側印) 등을 추가하여 찍는다. 비인(秘印)은 자기 도서관만이 비밀로 정한 책면에 작은 도장을 날인하는 것으로 장서인을 찍은 면이 고의 또는 마모로 없어질 경우에 대비하여 자기 도서관에서 정한 특정 책면의 잘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비밀 도장을 찍어 둠으로서 후일 분실된 장서를 확인하기 위한 방법이다. 도서관은 장서인과 비인으로 소장 자료표지를 해 두지만 이것으로 만족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냥 겉으로 보기만 해도 소유를 알 수 있도록 측면에 스탬프 고무인을 찍는다. 어떤 도서관은 측면만 찍는 것이 아니라 책의 위면, 아래 면까지 다 찍어 놓기도 한다.
고객들은 도서관의 책을 대출하여 그 도서관에서만이 아니라 지하철, 버스, 대합실 등 공공장소에서 책을 읽는다(필자의 경우 지하철에서의 독서가 집에서보다 효과적일 경우가 많다). 그런데 승객들이 손에 들고 있는 책을 보면 ‘00시립도서관’, ‘00대학도서관’, ‘00회사도서실’ 등의 고무인이 시퍼렇게 찍혀 있어 흉물스럽게 보일 때가 많다. 도서관의 책은 북 재킷을 걷어내고 ‘알 책’만 남겨놓은 상태라 미감(美感)이 떨어지는데, 거기다 시퍼런 도장까지 찍어놓았으니 책의 미감이 더 떨어져 보인다. 또한 속칭 일류대학이나 좋은 회사의 도서관 도장이 찍혀 있는 경우는 이용자들이 프라이드를 느끼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시퍼런 고무인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손으로 가리는 현상도 엿보인다.
그렇다면 도서관들은 이용자를 배려하여 도서관 책의 측면에 고무인을 날인하지 말고 책 아래 면에만 고무인을 날인하면 어떨까? 책의 윗면과 측면은 깨끗하게 남겨두고 책의 아랫면에만 고무인을 날인한다면 도서관 책의 미감을 덜 훼손할 것이고, 이용자들이 공공장소에서 도서관 책을 읽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마치 자기소유의 책처럼 독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추신: 도서관에 새 책이 많이 들어와도 모든 책이 헌책처럼 보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도서관은 책의 재킷을 모두 벗겨내고 바코드와 라벨을 붙이고, 스탬프를 찍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제 도서관도 고객을 위해서는 책의 아름다움을 살리고 서가를 돋보일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 특히 이용 위주의 도서관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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